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 아파트에서 집배원들이 우편물을 배달하는 모습.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 18일 오후, 강원도 화천군 화천하남우체국 소속 김아무개(34) 집배원은 이륜차(오토바이)에 배송할 물건을 가득 싣고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집배원들은 명절이나 선거철마다 몰려드는 우편물량으로 휴일을 잃어버린다. 김씨 역시 설 연휴를 앞두고 몰려든 우편물과 택배를 배송하기 위해 분주했다. 지역 특성상, 강원도 지역의 집배원들은 하루 이동거리가 가장 길다고 한다. 도로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교통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그 날, 김씨도 사고를 당했다. 김씨가 좌회전을 하던 중에 뒤따르던 1톤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추월하면서 이륜차와 충돌했다. 사고 직후, 그는 긴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과다 출혈로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22일 오전, 김씨는 아내와 3살짜리 아이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동료 집배원들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지난해에도 전국에서 6명의 집배원이 과로나 사고로 순직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집배노조)은 20일 성명서를 내 “명절 특별 소통기간에 적정한 대체인력을 투입해 집배원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배노조는 “장시간 노동에 인이 박힌 집배원에게도 ‘설날 특별 소통기’는 악명이 높다”며 “우정사업본부가 올 설 성수기 택배 물량을 지난 설 때보다 13% 많은 하루 평균 113만 상자에 달할 걸로 추정했다. 하지만 대체 인력은 지난 설 성수기 때보다 적은 인력을 배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정사업본부의 완벽한 배달체계에 집배원의 안전배달이라는 요소는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면서 “불규칙한 노동에 일상적 탈진도가 높은 집배원에게 특별 소통기는 사고 발생 위험도가 8.9배에서 12.5배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소포 무게를 견디지 못한 이륜차가 하루에도 몇 번씩 넘어지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 데도 우정사업본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16일부터 오는 26일까지를 ‘설 우편물 특별소통기간’으로 정하고 비상근무체계에 돌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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