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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교 졸업날…책이, 선생님 마음이 내게로 왔다

등록 2017-02-06 19:00수정 2017-02-06 21:52

부평공고, 312명 졸업생에 책 선물
작년엔 김용택 시…올해는 이기호 소설
졸업생 김응수군 “이런 길 갔으면하는
선생님들 마음 담겨 더 기억남을 것”
6일 오전 인천 부평공고에서 졸업생이 책 선물을 받고 있다. 부평공고 제공
6일 오전 인천 부평공고에서 졸업생이 책 선물을 받고 있다. 부평공고 제공
졸업식이 열린 6일 오전, 인천 부평공업고등학교 졸업생 312명은 저마다 하늘색 포장지로 싼 책 한 권을 가슴에 품고 학교를 떠났다. 이 학교의 노학식 교감은 “사실 학생들은 책보다 바로 쓸 수 있는 상품권 한장 받는 게 더 좋을 거다”고 말하며 웃었다.

요즘 고등학교들은 졸업생에게 이동식 저장장치(USB)나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상품권을 대량구매해 나눠준다. 수제도장이나 이름을 새긴 펜도 종종 등장한다. 그런데 이 학교는 지난해엔 졸업생들에게 시집을, 올해엔 소설책을 안겼다.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출판사 마음산책 사무실에 전화 한 통이 걸려오면서 ‘책 선물’은 시작됐다. “시집 300권을 포장해주실 수 있나요?” 졸업을 앞둔 부평공고 학생들을 위해 졸업선물로 시집을 한 권씩 전달하고 싶다는 선생님의 마음이었다. 출판사 직원들은 기쁜 마음으로 김용택 시인의 <시가 내게로 왔다>를 일일이 ‘축 졸업’이라고 적힌 주황색 포장지로 감싸 전달했다.

지난 1월 출판사 마음산책 직원들이 부평공고 학생들한테 졸업선물이 될 책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 마음산책 제공.
지난 1월 출판사 마음산책 직원들이 부평공고 학생들한테 졸업선물이 될 책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 마음산책 제공.
지난 1월25일 출판사에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올해 졸업식에도 부평공고 학생들한테 ‘책 선물’을 하고 싶다는 학교 쪽의 연락이었다. 어떤 책이 좋을까 고민하다 출판사 쪽은 학교 쪽에 이기호 작가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라는 소설을 추천했다. 마음산책의 권혁준 마케팅팀장은 “곧 사회생활을 하게 될 학생들이 이런저런 일을 겪게 될 텐데 위로가 될 만한 짧은 소설 모음집”이라고 설명했다. 직원 7~8명이 2시간에 걸쳐 책을 하나씩 포장해 지난 1일 312권을 학교에 전달했다. 권 팀장은 “단체주문은 보통 군대에서 많이 들어온다. 졸업선물을 이유로 학교에서 책 단체주문을 받는 일은 거의 없다”며 “포장하며 전달하는 저희 마음도 굉장히 좋고 주변 출판사 관계자들도 매우 부러워했다”고 말했다.

이날 학교를 졸업한 김응수(19)군은 “유에스비 같은 것도 좋지만 책 선물에는 ‘너희들이 이런 길을 갔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있지 않느냐”며 “선생님들이 부모님처럼 신경을 많이 써주는 학교였기 때문에 선물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졸업생 책 선물을 제안한 노학식 교감도 “특성화고라서 학생들이 책을 잘 안 읽는다는 편견도 많은데, 당장 읽어보지 않더라도 훗날 ‘이런 책을 졸업할 때 받았었지’라고 생각하며 한 쪽이라도 읽어본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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