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물 분류작업을 해두려고 일요일에도 출근했던 분이에요. 참담합니다.”
동료 집배원의 허망한 사망 소식을 전하는 허소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이하 집배노조) 선전국장의 목소리가 바르르 떨렸다. 6일 오전, 충남 아산에 있는 영인우체국 소속 조아무개(45) 집배원 노동자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7일 집배노조 쪽 설명을 들어보면, 조 집배원은 충남 아산시 둔포면에 있는 아산테크노벨리를 드나들며 우편물을 배송했다. 동료 20여명과 조 집배원이 배달해야 할 곳은 3400세대에 달했다. 늘 일손이 달렸다.
조 집배원은 일요일인 5일에도 우편물 분류작업을 위해 출근했다. 주말에 미리 분류작업을 해두면, 월요일에 곧바로 우편물을 싣고 나갈 수 있다. 배송이 늦어지면 일부 고객들은 ‘컴플레인’(불만제기)을 한다. 고객 항의를 받으면 인사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는 노동 환경 개선에도 열심이었다. 우정사업본부를 상대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집배원의 열악한 업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간 외 근무수당과 연가보상비를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6일 아침, 여느 때와 달리 조 집배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가정을 꾸렸지만 출·퇴근 길이 멀어 우체국 근처에서 원룸 생활을 하고 있었다. 동료가 달려가 보니 그는 숨을 거둔 상태였다. 집배노조는 과로사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노동자운동연구소가 발표한 ‘전국 집배원 초과근로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집배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5.9시간, 연평균 노동시간은 2888시간이다. 일반 노동자보다 1년에 621시간, 매주 12시간씩 더 일하는 셈이다. 지난해 집배원 6명이 일하던 도중 사망했다. 그중 5명은 배달 중 길에서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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