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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원전 연장, 법 어긴데다 안전성 충족 못해…허가기준 높였다

등록 2017-02-07 19:26수정 2017-02-07 22:04

월성1호기 ‘수명연장’ 법원 취소 판결 의미
위법만으로도 취소 가능한데, ‘안전성 미흡’ 중요 판단
“최신 기술수준 적시한 법 무시, 안전성 평가 적용안해”
서울행정법원은 7일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허가 취소 판결을 내리면서 표면적으로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절차상 법규를 위반한 점을 지적했지만 내용상으로는 월성1호기의 안전성 결여를 문제 삼았다. 원전의 수명연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법규 준수 수준을 넘어 강도 높은 안전성 확보가 담보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신청한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계속운전) 허가 신청을 세 차례 심의했다. 최종적으로 수명연장에 따른 안전조처를 완료했다는 판단을 내리고 2015년 2월27일 허가를 결정했다. 그러나 ‘핵없는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원고 2167명을 모집해 5월18일 ‘월성1호기 수명연장허가 무효 국민소송’을 냈다. 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이 다수인 국민소송단은 지난 4일까지 12번의 재판에서 수명연장 허가의 부당성을 지적해왔다.

이날 법원이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를 취소하라고 판결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절차상 위법 사항이다. 법원은 한수원이 원자력 안전 관련 법령이 요구하는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사항의 변경내용 비교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원자력안전법과 시행령 등은 원전운영 허가사항을 변경하려면 변경 전과 뒤의 비교표를 제출하도록 했으나 한수원이 원안위에 수명연장 허가를 신청하면서 이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오래된 원전의 안전성을 최신 원전 수준으로 향상시키려면 둘 사이의 격차분석(갭 어낼리시스)을 정리한 비교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법원은 원안위가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를 소속 과장 전결만으로 처리한 것도 원안위가 원자력이용자의 허가·승인·등록 등을 심의·의결하도록 한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원안위는 월성1호기 설계수명을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리는 사항은 과장 전결로 처리하고, 원안위 본회의에서는 한수원이 제출한 안전성평가보고서 등의 타당성만 심의했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월성원전 1호기.  경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월성원전 1호기. 경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법원은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 심의에 참여한 원안위 위원의 자격 요건도 문제 삼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법은 원안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해 위원이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 심의 당시 이은철 위원장과 조성경 위원의 경우 각각 한수원의 원자력정책자문위원회 위원과 부지선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었다. 법원은 “결격사유가 있어 당연히 퇴직해야 하는 위원이 관여한 이 사건 의결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두 가지 위법사항만으로도 수명연장 허가를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올 만함에도 법원은 수명연장을 위한 안전성 평가의 미흡한 점을 판시의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자력안전법령에는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 때 최신기술 기준을 적용하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월성 2호기의 설계기준으로 적용한 바 있는 캐나다의 최신기술 기준을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에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에서 지적한 캐나다 최신기술 기준은 월성원전과 같은 유형의 캔두형 원전에 대한 캐나다원자력안전위원회(CNSC)의 규정 R-7(캔두형 원자로 격납건물계통을 위한 요건), R-8(원자로정지계통), R-9(비상노심냉각계통)를 말한다. 이들 특수안전계통은 지진 등으로 다른 안전계통이 정지됐을 때도 사고를 완화할 수 있도록 안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시설이다. 이들 기준은 월성 1호기 운영 이후인 1991년 제정돼 이후 건설된 월성 2~4호기에는 적용돼 있다. 따라서 원자력안전법과 시행령이 규정한 ‘최신 운전경험 및 연구결과에 반영한 기술기준’에 명백히 해당함에도, 원안위가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심사할 때 R-7 등을 적용하지 않아 안전성이 담보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법원이 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원고 적격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국민소송의 취지도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법원은 원전 부지 반경 80㎞ 이내 거주 주민만 “직접적이고 중대한 환경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원고 적격성을 인정했다.

우리나라에는 2029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이 10기에 이른다.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2호기의 경우 설계수명이 40년이어서 2023년이면 가장 먼저 시한이 끝난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번 판결로 수명연장을 하려는 원전은 신고리 5·6호기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특히 원전 초기에 미국 웨스팅하우스에서 도입한 고리 2~4호기와 한빛 1·2호기, 프랑스 프라마톰(현 아레바)에서 도입한 한울 1·2호기처럼 최신기술 기준과 차이가 많이 나는 원전은 안전성 확보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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