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성소수자차별연대 무지개행동이 “성소수자 차별, 배제하는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을 폐기하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박수지 기자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빠진 교육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폐기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성소수자 내용을 ‘배제’하는 것만으로도 ‘차별’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혐오 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교육부가 성교육 표준안 수정안에도 성소수자 내용을 그대로 배제했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고 차별을 조장하는 성교육 표준안을 폐기하고, 성소수자를 포괄하는 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3월 교육부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개발해 발표했지만 거센 비판에 부딪쳐 2016년 7월 누리집에서 파일을 삭제했다. 표준안엔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선 이성 친구와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등 시대착오적이고 성별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는 점도 비판 받았다. 이후 교육부는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1월 성적 자기결정권, 다양한 가족형태 인정, 성소수자 등의 내용은 ‘사회적으로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모두 빼고 발표했다.
무지개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교육부가 성교육 표준안의 제정 근거라고 밝힌 유엔 아동권리협약이나 여성차별철폐협약 등에선 성교육이 다양성과 포괄성의 가치를 수용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배격하는 내용 등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라고 권고한다”며 “(성소수자 내용을 배제한)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은 오히려 이런 권고를 명백하게 위반해 2015년 말 유엔 자유권위원회 심의에서 문제점을 지적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의 박현이 기획부장은 “오랫동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해왔지만 20~30년은 후퇴한 내용의 2015년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을 보고는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며 “성소수자와 다양한 가족형태 인정 등은 인권과 관련해 교육부가 담아야 할 가치인데 혐오세력의 민원 때문에 이를 정치적인 사안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의 이인섭 활동가도 “존재를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은 차별하라고 부추기는 것”이라며, 교육부에 포괄적인 성교육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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