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광화문 ‘노란리본공작소’ 앞에서 배부된 ‘세월호 태극기’. 깃봉 위에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노혜경 시인 제공.
촛불집회 현장에 태극기가 등장했다. 국기인 태극기가 탄핵 반대 상징물로 쓰이는 것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세월호 기념 노란리본을 만드는 봉사단체 ‘노란리본공작소’는 11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기부받은 태극기 750장의 깃대 끝에 노란 리본을 달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태극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태사모)을 꾸려 태극기를 기부한 노혜경 시인은 1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마치 본인들만 애국자인 것처럼 보수 쪽에서 태극기를 독점하는 게 싫었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한 태사모 회원도 “월드컵 때 붉은악마들이 태극기를 들고 나왔을 정도로 국기는 국가 상징물인데, 마치 태극기가 보수의 상징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이 태극기와 촛불을 함께 들고 있다. 독자 제공
리본공작소 자원봉사자 김덕희(54)씨는 “‘세월호 태극기’를 나눠주니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며 “어떤 분들은 ‘누구 유리하게 하려고 태극기를 나눠주느냐’고 항의하기도 했고, ‘저쪽(태극기 집회 장소)으로 가라’고 고함치는 분도 있었지만, 가족 단위로 줄까지 서서 받아갈 정도로 재밌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세월호 태극기’는 안전한 나라,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염원을 담고 있다. 앞으로도 광장에서 촛불과 태극기가 함께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태극기는 존엄의 상징”이라며 “어느 나라 국민이나 자국의 국기에 대한 충성심과 존경심은 형언키 어렵다. 최근 태극기 집회가 진행되면서 나쁜 의미로 태극기가 부각돼 언짢다. 언론에서 ‘태극기 집회’란 용어를 바꿨으면 한다”고 썼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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