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임아무개’란 닉네임으로 고양이 학대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랐다. 경찰은 문제가 된 고양이 학대 영상을 본 방배동 주민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했고, 촬영지로 추정되는 장소를 탐문해 충남 천안에 살던 임씨를 집에서 붙잡았다.
“우리 주위에서 빈번하게 동물 학대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눈 감지 말아주세요. 범인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동물 학대 관련 제보가 쏟아진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분노를 넘어 동물학대범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 15일, 고양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 중 하나인 ‘나비네’에는 고양이 학대범을 찾자는 내용의 글과 사진이 게재됐다.
게시글은 “‘지난 10일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병목안로 부근에서 배 쪽이 길쭉하게 일자로 갈라진 고양이가 스티로폼 박스에 넣은 채로 버려졌다’는 제보가 올라왔다”면서 “힘없는 동물이라고 해서 함부로 생명을 앗아가서는 안 되고, 유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음 대상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범인을 찾아 나서야 한다”라는 내용이다. 잔인한 방법으로 학대를 받아 숨을 거둔 고양이 사체 사진도 함께 올랐다. 나비네 커뮤니티 운영자는 관할 경찰서와 지구대 등 연락처도 올리며 ‘민원을 넣자’고 제안했고, 이를 본 누리꾼들은 동참하겠다는 글을 남기거나 게시글을 공유하고 있다. 운영자는 <한겨레>와 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현재 경기 남부지방경찰청에 신고를 접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앞서 전날인 14일, 지난 설 연휴 기간 길고양이를 잔인하게 괴롭히는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해 공분을 낳았던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지난 9일 불에 달군 쇠막대기로 찌르고 끓는 물을 붓는 등 길고양이를 학대한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임아무개(2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임씨는 고양이 학대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에 게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문제가 된 고양이 학대 영상을 본 방배동 주민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했고, 촬영지로 추정되는 장소를 탐문해 충남 천안에 살던 임씨를 집에서 붙잡았다. 임씨는 경찰 조사에서 “키우는 닭을 잡아먹는 동물을 잡기 위해 덫을 설치했는데, 이 덫에 걸린 길고양이를 보고 화가 나서 학대하고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촬영 후 (유튜브에) 게시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임씨가 범행을 인정한 데다 관련 증거물도 확보했다. 조만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씨가 경찰에 붙잡히기까지 누리꾼들이 큰 역할을 했다. 설 연휴 내내 임씨가 촬영해 올린 고양이 학대 영상이 논란이 되자,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경찰에 신고했다. 동물보호단체인 케어와 카라 등도 임 씨를 잡아달라며 경찰에 수사 의뢰와 고발장을 접수하는가 하면, 현상금을 내걸었다. 누리꾼들은 임씨가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상에서 “임씨의 강력 처벌을 원한다”는 내용의 서명운동 시작했다.
동물 학대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동물보호법 위반 시 처벌 규정이 미약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소연 동물보호단체 케어 대표는 “동물 학대 혐의가 명백하게 입증이 되고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이 되면, 사법부에서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동물학대범이 수십만원 정도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근절이 안 되고 있다. 사법부의 인식이나 태도가 바뀌어야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물 학대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범죄이고, 학대 영상물을 전달하고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위도 범죄다”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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