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유희씨와 십시일반 음식연대 소속 봉사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장기 농성 중인 공동투쟁단을 찾아갔다. 유희씨는 이날 40인분의 사골 떡만두국을 준비해 나갔고, 현장에서 부침개를 만들어 노동자들과 나눴다. 십시일반 음식연대 제공
“십시일반 음식연대에서 ‘달려라 밥묵차’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소외된 곳과 장기 농성 투쟁현장 등으로 찾아가 밥을 나누겠습니다.”
장기 농성 투쟁현장 등에 찾아가 밥 연대를 하는 ‘십시일반 음식연대’(이하 음식연대)가 밥차 구매비 20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 중이다. 음식연대는 20여년 전부터 쌍용차, 콜트콜텍, 코오롱, 강원도 골프장 반대 투쟁현장 등 전국 곳곳의 장기농성장을 찾아다니며 식사를 제공해왔다.
현장에서 직접 조리해 음식을 나눌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늘 한계가 있었다. 도움을 받은 노동자들이 ‘조리가 가능한 밥차를 구입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지난해 9월 1차 모금에 700만원이 모였다. 턱없이 모자라 지난 21일부터 2차 모금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께 십시일반 음식연대는 천안에 있는 갑을오토텍 농성장에 찾아가 400인분의 밥과 반찬을 나눴다. 십시일반 음식연대 제공
음식연대의 중심엔 유희(57)씨가 있다. 농성장을 찾는 아침마다 유씨는 직접 반찬을 만들고 밥을 짓는다. 그가 ‘밥 연대’를 다니는 이유는 단순하다. “장기 농성하는 노동자들이 컵라면이나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걸 숱하게 봤어요. 안 되겠다. 집밥을 해서 먹이자. 그냥 따뜻한 밥 한 끼 먹이는 게 좋아서 하는 거예요.” 햇수로 22년째 그는 직접 밥을 해 농성장으로 나르고 있다.
‘십시일반 음식연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만난 친구들이 유씨가 음식 만드는 걸 돕는다. 미술학원 등을 운영하는 아들 셋이 매달 150여만원씩 후원금을 보탠다.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식재료도 보내준다. 현장에서 조리할 수 있는 밥차가 ‘마지막 퍼즐조각’이다. 유씨는 “그동안 승용차로 음식을 나르면서 음식 연대를 했는데, 음식 조리나 운반할 때 어려움이 많았다”며 “투쟁현장 등 연대가 필요한 곳에 음식 나눔을 위해 밥차를 사려고 하는데, 뜻있는 분들의 지지와 성원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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