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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가족경영 ‘고질병’ 터져

등록 2005-11-09 19:18수정 2005-11-09 21:21

‘불구속 기소’ 논란 두산사태 (상)-본질
두산그룹 안도의 한숨

9일 검찰이 박용성 회장 등 경영비리에 연루된 총수일가 전원에 대해 불구속 기소 방침을 정하자 두산그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비상경영위원회 가동 등 사태 수습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두산은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후속 조처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두산은 10일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대로 계열사 사장들이 모두 참석하는 확대 사장단 회의를 열어 비경위 운영의 큰 틀을 결정할 계획이다. 유병택 ㈜두산 대표이사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은 비경위엔 10명 이내의 주요 계열사 사장이 참여할 공산이 크다. 박용성·용만 두 형제는 지난 4일 그룹 회장직과 그룹 부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있다. 두산은 “비경위는 태스크포스팀을 두고 투명경영과 지배구조 개선 진전을 위한 연구를 하게 될 것”이라며 “대책은 이제부터 마련해야 하는 것이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불구속 박용성 전회장등 영향력 지속될듯
비경위 지배구조 쇄신 ‘환골탈태’ 불투명

그러나 총수 일가 한두 명의 경영일선 퇴진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약속만으로 두산이 환골탈태할 수 있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회계부정과 비자금 조성, 회삿돈 유용 등 두산총수 일가의 백화점식 경영비리가 십수년 가능했던 배경에는 한국 재벌의 후진적 지배구조라는 고질병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가 절대권한을 행사하는 현실에서 이사회·주총 등 감시와 견제 장치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두산의 주요 의사결정은 회사의 공식기구 대신 총수 일가의 가족회의에서 이뤄졌다. 두산은 총수 형제간 합의경영을 ‘아름다운 전통’으로 포장해 왔다. 하지만 두산의 경영비리들은 통제 받지 않는 가족경영이 국제기준에 얼마나 걸맞지 않는지를 보여준 셈이다. 또 박씨 일가 4세대들이 경영비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대목도 자질이나 능력에 대한 검증 없이 이뤄지는 세습경영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건국대 최정표 교수(경제학)는 “재벌 오너들의 전횡이 상당부분 여전하다”며 “증권관련 집단소송 등 경영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들이 도입됐지만 사실상 제기능을 못하게 만들고, 드러난 범죄에 대한 법적용도 엄격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재벌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비리의 최고 책임자로 지목된 박용성 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영향력이 여전할 것으로 보여 전문경영인들로 구성된 비경위가 실질적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않다. 게다가 비리의 실무 책임자인 박용만 부회장은 그룹 부회장직을 사퇴했을 뿐 ㈜두산 등 주요 3개 계열사의 부회장직은 그대로다. 비자금 조성에 연루된 박진원 상무를 비롯해 주식구입 대출금 이잣돈 등의 명목으로 비자금을 받아쓴 4세대들도 여전히 보직을 지키게 된다. 두산은 “박 부회장이나 다른 4세대들이 추후 보직에서 사퇴할 계획은 없다”며 “기소되더라도 불구속 상태에서 경영활동은 계속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 총수 일가들은 사태 인식에서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박용성 회장은 지난 4일 임직원한테 보낸 편지에서 이번 사태가 ‘박용오 전 회장이 가족간 인화의 전통을 깬데서 비롯했다’는 취지로 책임을 돌렸다. 재벌의 후진적 지배구조가 낳은 구조적 비리가 아니라 단순히 ‘형제의 난’이라는 시각인 것이다. 또 박 회장은 회사 비자금으로 총수일가의 이자비용을 충당하거나 생활비로 쓰는 등 회삿돈을 개인의 쌈짓돈처럼 사용한 혐의가 불거졌는데도 ‘회사와 임직원들을 살리기 위해 단행했던 고육지책’이란 억지를 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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