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대전의 한 인형뽑기방에서 이아무개(29)씨 등 2명이 2시간 만에 200여개의 인형을 뽑은 사건이 일어나 업주가 신고했다. 하지만 이들이 기계를 부순 게 아니어서 이들을 형사입건할 수 있을지 경찰의 고민이 깊다. ‘인형뽑기’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들이 사용한 수법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조이스틱을 움직여 (인형을 뽑는) 확률을 높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형뽑기 락 푸는 법’, ‘버그 조작’ 등으로 인형뽑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알려진 수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 인형뽑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뽑기 기계의 버그(오류)를 ‘락(lock)’이라고 부른다. 버그를 업데이트하지 않은 특정 회사의 구형 기계에 한해 조이스틱을 4시 방향이나 8시 방향으로 몇 차례 조작하면 ‘락이 해제돼’ 인형 집는 집게 힘이 강하게 유지된다는 속설이 있다. 이 사건의 업주는 “30번에 1번 정도 인형을 뽑을 수 있도록 집게 힘을 강하게 조정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하기도 했다.
인형뽑기를 자주 한다는 회사원 최아무개(27)씨는 “락 해제는 전설처럼 소문으로만 들어봤지 실제로 가능한 건 뉴스를 보고 처음 알았다“며 “업주들이 일부러 집게 힘을 풀어놓는다는 얘기도 많은데, 할 수 있다면 불법도 아니고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인형뽑기 고수들은 뽑기가 쉬운 기계를 찾아 원정을 떠나기도 한다. 인형뽑기 유투브 채널을 운영하는 닉네임 ‘홍성오빠’ 이승현(29)씨는 “인형뽑기 기계마다 집게 힘이나 설정이 제각각”이라며 ”고수들은 뽑기 쉬운 기계를 ‘착한 기계’로 부르며 ‘원정’을 떠나기도 한다. 사건이 발생한 대전 뽑기방의 기계는 버그가 있는 초창기 기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 버그를 보완한 대부분의 기계에선 그런 조작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인형뽑기 인기가 높아지면서 ‘버그 교환’, ‘버그 판매’를 한다는 글이 중고거래 카페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기도 한다. 조이스틱 조작 등이 가능한 인형뽑기 기계 위치 정보를 알려주고 대가로 돈을 달라는 뜻으로 통한다.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는 “인형뽑기엔 단순히 인형 실물이 갖고 싶다는 걸 넘어서 ‘실력이 좋으면 더 많이 뽑을 수 있다’는 성취감이 따른다”며 “기계 결함 정보까지 매매하는 것은 편법을 쓰더라도 실력이 높아보이고 싶다는 성취 동기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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