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 박 대통령님, 건국 후 최근 6명 대통령 중에서 가장 깨끗하고 양심적인 처녀 박 대통령님, 어머니 아버지의 애국보혈, 애국시민이여, 양심적인 박 대통령의 국가통치권을 애국보혈로 보호합시다.”
지난 4일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의 16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가 열린 서울광장. 이곳과 연결되는 시청역에 설치된 한 팻말에 쓰인 글입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이 팻말을 작성한 이는 박근혜 대통령을 ‘처녀 박 대통령님’으로 지칭합니다. 여성 대통령을 성적 대상화할 뿐 아니라, 처녀성을 신성시하고 그에 집착하는 전근대적 표현이 광장에 내걸린 겁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처녀? 박사모가 박근혜 안티네”(@vmft*****) “못 볼 걸 봄. 안 본 눈 구합니다”(@kyun****) “화도 안 나고 그냥 웃겨요 ㅋㅋ”(@clau*****) “오른쪽 위에, 십자가 아닌 †자가”(@para****) 등 비판과 조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날, 탄핵기각 국민대회에는 보수 성향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관계자 등이 연단에 올라 “여성 대통령이 양말 신고 외투 입는 것까지 씹어댄 언론을 절대 용서해선 안 된다. 그래서 여성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며 대통령 탄핵이 여성 인권침해라는 식의 주장을 폈습니다. 여성계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페미니즘 운동이 주목받자 페미니즘이 오래 고민하며 일궈온 ‘여성’의 개념을 제 구미에 맞게 정반대 의미로 훔쳐가버렸기 때문”(손희정 연세대 젠더연구소 연구원)입니다. (▶관련기사 :
탄핵이 여성혐오라고? 페미니즘 들먹이는 친박 집회)
‘탄핵=여성 차별·혐오’라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대통령 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는 지난달 22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제16차 변론에서 “법관은 약자를 생각하는 것이 정도인데, 약한 여자 하나 편드는 게 아니라 똑똑하고 강한 변호사들에게 힘을 보태주는 것은 법관이 해선 안 될 일이라고 믿는다” “여자 대통령에게 10분 단위로 보고하라는 건 세상 사람이 알면 웃을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
대통령쪽 “헌재, 약한 여자 편 안들고 국회 편들어” 막말) “약한 여자”라는 표현엔, 여성은 남성의 보호가 필요한 불완전한 존재라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대통령의 성별을 방패 삼아 동정을 구하려는 듯한 이 변론 역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