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배리어윙스(BarrierWings)가 서울 관악구 인근 ‘샤로수길’에 들어선 점포 31곳에 ‘경사로’를 설치했다. 사진 배리어윙스 제공
지난 3일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14길을 일컫는 ‘샤로수길’(서울대학교 정문 모양에서 따온 ‘샤'와 ‘가로수길’을 더한 명칭)의 점포 31곳 입구에 경사로가 놓였다. 교통 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문을 연 사회적기업 ‘배리어윙스’(BarrierWings)가 ‘9개월’간 노력해 내놓은 성과였다.
이만큼 시간이 걸린 이유는 경사로가 도로를 점용하는 시설이고, 이때문에 관악구청의 허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구청은 내켜하지 않았다. ‘건물주들이 경사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반인들 통행에 방해가 된다’, ‘길이 좁아져 차량 통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등의 이유를 댔다. 경사로가 도로를 차지하는 공간은 많아야 20~30㎝다.
배리어윙스는 점포 건물주들을 일일이 만나 동의서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엔 문구가 문제였다. ‘경사로 설치에 따른 법적·기술적 책임을 회사와 구청이 함께 진다.’ 구청은 자신들 이름을 빼달라고 했다. 다시 동의서 31장을 받아야 했다. 구청으로부터 ‘경사로가 도로를 점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는 데 6개월이 걸렸다.
서울대 학생들이 주축이된 사회적기업 ‘배리어윙스’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나 유모차를 끄는 부모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샤로수길을 꿈꿔보자는 취지로 ‘샤로수길 경사로 설치 프로젝트’를 기획·완성했다. 사진 배리어윙스 제공
경사로 설치에 까탈스럽게 구는 지자체는 관악구청만은 아니다. 최근 경북 경산시는 한 서점 앞에 설치된 장애인 휠체어용 경사로를 철거하라고 지시해 논란이 일었다. (관련기사:
꽉막힌 경산시…장애인 경사로 막무가내 “철거하라” ) 2013년엔 대구 중구 동성로 인근 가게 5곳의 경사로에 철거명령이 떨어지기도 했다.
구청 허가에 비하면 비용 조달은 쉬웠다. 사회적기업 진흥원에서 지원금 500만원을 받았고, 경사로 진입판 제작설치업체인 한국경사로가 나머지 금액을 냈다. 차준기 대표는 “민원이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 때문에 구청이 소극적이었던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8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등에게 정당한 편의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적·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대 장애인권동아리 ‘턴투애이블(Turn to Able)’ 출신들이 주축이돼 만든 배리어윙스는 이달 안에 휠체어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장소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 ‘캔고(Cango)’ 베타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캔고엔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뜻이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배리어윙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