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04 18:40
수정 : 2005.01.0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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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해일 재해를 크게 당한 스리랑카의 남부 해안도시 미리사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서울대학교 응급의학진료팀 의사들이 3일 해일로 다리를 다친 어린 소녀를 치료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급파된 진료팀은 10일 동안 진료봉사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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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고맙습니다”
가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말 그대로 찜통더위다. 3일 우리가 머물고 있는 스리랑카 남쪽 해안 갈 지역 숙소에서 차로 10여분을 달리자 앙상한 기둥만 남은 건물이 보였다. 처참하게 무너진 호텔이었다.
마을로 들어가니 주민들이 나뭇가지며 옷가지 등을 태우고 있었다. 한 할머니가 우리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호소했다. 엄청난 피해를 본 답답한 심정을 말하는 것인데, 한참 듣다가 손수건을 건네며 돌아섰다. 가말니리싱(62)은 “모든 재산을 투자했던 인쇄소를 잃었다”며 한숨을 지었다. 지금 남은 것은 작은 화덕 위에 덩그러니 놓인 그릇 하나뿐이었다.
오후에는 구호품을 나눠주기 위해 주민들이 모여 있는 강가라마 사원으로 갔다. 구호품은 설탕과 쌀 등의 식료품과 돗자리, 속옷과 사롱(남자들이 입는 긴 천) 등이다. 어디서 배웠는지, 또박또박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고맙다는 인사에 자꾸 미안한 마음이 든다.
피해 주민들은 절집으로 들어가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인구의 90% 이상이 불교도다. 스님들에게 주변 방역작업을 하겠다고 하니 대환영이다. 개천에 쓰레기가 쌓여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몸을 피하려고 왔다가 없던 병도 얻게 될 형편이다. 웅~하며 소독기 두 대가 돌아가니 현지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쳐다본다. 강가라마 사원의 주지 스님은 “아무도 이곳에 찾아오지 않았다”며 “많은 사람들을 돌봐줘 고맙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해변엔 요즘 까마귀가 늘었다고 한다. 저녁하늘을 가르는 까마귀의 울음소리에 소름이 끼친다. 하루 전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본 지역들의 처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마을엔 야자수 나무만 옆으로 기울어져 있을 뿐 남은 것이 없다. 현지에서 15년째 머물고 있는 최재연(44) 선교사는 “첫번째 해일이 오는 것을 보고 마을 사람들과 어린 아이들이 구경하러 해변가로 나가는 바람에 인명피해가 컸다”고 했다. 두번째 해일이 이들을 덮쳤고, 고아원에 있던 아이들도 모두 숨졌다.
현지인 자원봉사들과 함께 구호품을 나누며 우리는 서로 힘을 얻는다. “이렇게 먼곳까지 와서 우리를 도와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당신들로 인해 기쁘고, 또 고맙다.” 자원봉사자인 스무르(24)의 웃는 모습이 어깨를 가볍게 했다.갈(스리랑카)/한민족복지재단 긴급구호팀 유신희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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