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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해경이 밀어준 ‘언딘 바지선’, 실험해보니 하자 심각했다

등록 2017-04-03 21:11수정 2017-04-04 11:11

‘구난업체 특혜 혐의’ 해경 간부 재판

검찰, 리베로호 실험 동영상 공개
중심핸들 없어 파도 없어도 흔들림
검사 29개 중 19개 안 끝난 채 동원
‘업체 대표와 유착’ 증거 문자도 공개

수색 분초 다투던 침몰 다음날
먼저 온 바지선들 보류해 화 키워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이 다른 바지선을 제쳐놓은 채 투입했던 민간구난업체 ‘언딘’ 바지선에 심각한 하자가 있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실험 영상이 재판에서 처음 공개됐다. 인명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에 해경 간부들이 유착관계에 있던 언딘을 밀어주는 사이, 실종자 수색·구조가 가능한 다른 바지선은 30시간 먼저 사고현장에 도착하고도 56시간 동안 투입되지 못하고 되돌아갔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상주)는 3일 세월호 구조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상환 전 해양경찰청 차장, 박종철 전 수색구조과장(총경), 나호성 전 재난대비계장의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해경이 투입을 결정한 언딘 바지선 리베로호가 미완성 선박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영상을 공개했다. 리베로호는 구조에 투입됐을 당시 배의 중심을 잡는 핸들 구실을 하는 ‘스케그’가 빠진 상태였다. 임남균 목포해양대 항해학부 교수가 제작한 이 영상은 당시 리베로호처럼 ‘스케그’가 없는 바지선을 해수 수영장 위에서 실험한 것으로, 파고가 없는 곳에서도 불안전하고 흔들림도 지속됐다. 당시 리베로호는 29개 검사항목 가운데 19개는 검사를 완료하지 못했는데, 선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선박의 무게중심 등을 확인하는 검사도 빠져 있었다. 검찰은 “최 전 차장이 리베로호의 심각한 하자를 들었음에도 이를 대체할 다른 대안이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고 오로지 김윤상 언딘 대표의 부탁을 들어주는 데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리베로호 투입과 관련된 상황은 해경과 구난업체의 유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세월호 참사 직후 나호성 전 계장은 청해진해운에 연락해 언딘과 구난계약 체결을 종용했다. 그 뒤 최 전 차장은 언딘을 노골적으로 밀어줬다. 최 전 차장은 2014년 4월17일 오전 5시57분, 김 대표와 전화통화 뒤 미완성 바지선인 리베로호를 투입하기로 했다. 검찰은 “최 전 차장은 안전검사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려면 한 달 이상 걸리는 언딘 리베로호의 현장 동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 전 차장 쪽은 “리베로호 투입 결정은 해경청장이 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해경청장이 실질적 권한이 있더라도, 최 전 차장이 ‘안전에 이상이 없고 행정절차만 남아 있다’는 취지로 해경청장에게 허위사실을 보고했다”고 반박했다.

그사이 현장에 도착한 다른 바지선들은 현장 투입을 막는 해경 탓에 주위만 맴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4월22일 0시40분 ‘현대보령호’가 리베로호보다 30시간 먼저 현장에 도착했지만, 투입되지 못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당시 현장 지휘함의 실무책임자였던 이아무개 해경 경비안전국장이 ‘최 전 차장의 리베로호 우선 투입 지시에 따라 리베로호 투입 시까지 현대보령호 투입을 보류시킨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전 차장은 리베로호는 사고 없이 실종자 수색 임무를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최 전 차장과 김윤상 언딘 대표의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최 전 차장은 2014년 3월26일 김 대표로부터 ‘미국에 있는 업체 제의를 받고 일을 하려는데 한국에서 수리가 이뤄지는지 알 수 있냐’는 부탁을 받고, ‘마리타임 메이지호 울산항에서 화물 이적하고 부산에서 수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니 참고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최 전 차장은 김 대표로부터 2011년 설부터 2014년 설까지 매년 명절마다 15만~70만원 상당의 ‘울진 홍대게’와 ‘가을 송이’ 등을 빠지지 않고 받기도 했다.

앞서 인천지법은 지난해 10월17일 해경이 미완성 바지선을 동원했다고 하더라도 “수난구호를 위해 부득이한 경우 필요한 범위 내에서 투입한 것”이라며 최 전 차장과 박종철 전 과장의 선박안전법 위반,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들에 대한 2심 선고는 오는 20일 예정돼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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