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녹색당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주최 황교안 대행의 박근혜 기록물 보호기간 지정에 대한 헌법소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파면된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총리가 대통령 기록물을 사실상 ‘비밀화’해도 되는가.”
4일 오전 녹색당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정보공개센터)가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물을 이관하고, 기록물 비공개 기간을 지정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위헌’이라는 취지다. 김유승 정보공개센터 소장, 하승수 변호사(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헌법소원 청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녹색당과 정보공개센터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을 이관할 법적 근거가 없는 ‘입법 공백’ 상태에서 황교안 권한대행이 기록물 이관 및 보호기간 지정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의 설명은 이렇다. 현행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대통령기록물관리법) 11조 1항에 따르면, 대통령 기록물은 ‘임기종료 이전’에 이관이 완료돼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3월10일 탄핵 결정이 나는 순간 임기가 끝났기 때문에 기록물을 이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탄핵과 같은 특수 상황에 대비한 조항을 담고 있지 못해 벌어진 ‘입법 공백’ 상태다. 국회가 입법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하승수 변호사는 “황 권한대행이 입법을 추진하는 대신 행정자치부 자문변호사 3명의 의견을 근거로 이관 및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전직 대통령의 기록물을 민간변호사 3명의 의견을 근거로 마음대로 처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소연 한국기록학회장은 “대통령 기록물은 공개가 원칙이다. 지정 기록물을 15~30년간 비공개로 보호할 수 있게 한 취지는 대통령이 정치적 공격 때문에 기록물 생산 자체를 하지 않을까봐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 파면 뒤 불소추특권을 인정하지 않듯 파면된 대통령한테도 이를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법적 근거도 없이 권한대행이 기록물 지정을 강행하는 것이 누굴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을 과도하게 지정하면 진상규명이 필요한 세월호 참사, 개성공단 폐쇄, 한일 위안부문제 협상 등과 관련된 진실은 암흑 속에 파묻히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기록물에 대한 보호가 아니라 사실상 (기록물 전체의) 비밀화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17일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황 권한대행의 대통령 기록물 지정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