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경기도 남양주의 한 동물체험장에서 고슴도치를 물에 빠트린 뒤 만져보는 ‘목욕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제공
지난달 11일 경기도 남양주의 한 동물체험장에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대야 둘레에 앉아 물에 몸이 온통 잠기다시피 빠진 고슴도치를 만지며 ‘목욕체험’을 하고 있었다. 체험장 사육사는 “고슴도치는 물에서 수영을 잘하고, 물에 들어가면 가시를 세우지 않아서 만지기 쉽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한 가족이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 이 사실을 알렸다.
고슴도치는 귀에 물이 들어가면 중이염이 생기는 등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어 목욕을 할 때는 2.5~5㎝ 정도의 얕은 물에서 해야 하는 게 수칙이다. 체험장 관계자는 1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고슴도치 다루는 법을 가르치는 ‘목욕체험’의 일환이었다”며 “기존 사육사가 그만둬 임시로 투입된 담당자가 실수로 물을 많이 넣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두 차례 체험을 진행한 뒤 손님들의 항의로 더는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색 동물을 만질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 ‘동물체험장’ 현황은 정확한 통계조차 없지만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된 것만 전국에 40여곳이다. 고슴도치를 포함해 평소 아이들이 접하기 힘든 사막여우나 미어캣 등 이색 동물을 들여올수록 더 많은 손님을 모을 수 있어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데려온 동물의 복지에 대한 고민 없이 상업적으로만 이용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동물보호단체들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이런 체험은 동물 학대로 분류될 법하지만, 현행법에선 고의로 동물을 다치게 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 이상 인정되지 않는다. 최근까지 관련 법적 규제 근거도 없다가 지난달 국회에서 동물전시업 등이 시설과 인력 기준을 맞춰서 등록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내년 3월부터 시행돼 그 전까진 ‘관리감독 공백’ 상태에 있다.
카라의 박아름 활동가는 “이색체험 등에 앞서 어린이들에게 동물을 만지는 놀이가 동물에 대한 존중 없는 학대의 일종이라는 것을 사전에 알려줘야 한다”며 “체험장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임세연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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