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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장애인들, 무대 향한 ‘험한 오르막길’ 4년만에 넘다

등록 2017-04-19 18:55수정 2017-04-19 22:23

[20일 장애인의 날] 장애인용 무대 경사로 의무화 이뤄낸 조봉현씨
“공연 한번에 경사로 설치만 200만원
장애인이 주체 되려면 올라가야”

공공기관 무대경사로 설치 의무화
4년여 투쟁 끝에 입법화 ‘눈앞’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무대 양 끝 경사로를 통해 무대에 올랐다.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 제공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무대 양 끝 경사로를 통해 무대에 올랐다.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 제공
지난해 2월 창단한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에게 가장 큰 일은 무대에 ‘오르는’ 일이다. 국내 공연장 대부분에 휠체어용 경사로가 없어, 무대에 오르려면 먼저 계단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만 탈 수 있는 휠체어용 리프트가 설치된 곳도 있지만, 한 명이 이용하는 데 5분씩 걸린다. 합창단원 50명이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10월 인천의 계양문화예술공연장에선 아예 자비를 들여 공연 당일 목수 3명이 공연 3시간 전부터 경사로를 설치해야 했다. 공연이 끝나고서도 4시간 동안 경사로를 철거했다. 정태근(53) 단무장은 “공연으로 받은 돈의 절반을 경사로 설치에 썼다. 계단 2~3개 높이에 경사로를 설치해도 150만~200만원이 든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 같은 국내 대표적인 공연장은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편이지만, 여기에도 계단만 있는 공연장이 있다.

‘경사로 없는 무대’는 중증장애인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중증장애인이자 장애인권익 활동가인 조봉현(58)씨는 송년회나 시상식으로 무대 오를 일이 생기면 불편한 마음이 앞선다. 주변 사람들이 모여 자신을 들어 올려야하기 때문이다. 때론 배려한다며 시상자가 무대 아래로 내려오기도 하는데, 마음 불편한 건 똑같다. 조씨는 “안 겪어본 사람은 알 수 없는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그가 2013년 법제처의 국민행복 법령만들기 아이디어 공모전에 ‘공공시설 무대접근성을 개선해달라’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편법) 시행령 개정 제안을 제출한 이유다.

제안은 간단했다. ‘공연장, 강당 등에 장애인이 무대를 이용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경사로를 설치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해달라는 것이었다. 법제처와 보건복지부는 2014년 안에 이 제안을 수용할 의사를 밝히며 조씨에게 우수상을 시상했다.

진짜 싸움은 그때부터였다. 시행령 개정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조씨는 2015년 두차례, 2016년 한차례 복지부에 이행 촉구 진정서를 냈다. 복지부는 지난해 10월에야 장편법 시행령 개정안에 ‘장애인 등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경사로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넣어 입법예고를 했다. 그러나 기존 시설에 대해선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는 부칙을 삽입했다. 반쪽짜리 개정이었다.

조씨는 곧장 ‘입법오류다. 기존 시설의 무대 접근성도 개선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다른 장애인 단체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 의견을 내는 데 동참하게 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입법예고 기간에는 개정안에 대한 찬·반만 접수할 뿐, 추가 개정 건의는 받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조씨는 포기하지 않고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제처에 민원을 냈다. 지난달 복지부에 한번 더 민원을 냈고, 이달 초 “법제처 심사 과정에서 논의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복지부는 최근 방침을 바꿔 ‘기존 시설도 2년 안에 경사로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다음주께 재입법예고를 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제처와 협의해보니 기존 시설에도 소급해 적용한 사례가 있었다”며 “타당한 지적이라 반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제가 제안한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장애인의 권리와도 연관된 문제라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임세연 교육연수생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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