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배포하려다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고 배포를 중단한 유인물. 선관위는 대선 후보의 정책에 대해 ○나 △표시를 한 것을 두고 후보자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나타낸 유인물을 배포해선 안 된다는 공직선거법 90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전교조 제공.
22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1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소년 인권과 관련된 유인물 3000부를 배포하려다가 300부도 돌리지 못하고 중단했다. 현장에 나온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으로부터 유인물에 담긴 ‘청소년 인권 정책에 관한 각 대선후보들의 입장’이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전교조 쪽은 대선 후보들이 청소년 인권정책에 찬성하면 후보 이름 옆에 ○, 입장 표명을 보류하면 △ 등의 표시를 했다. 이를 두고 서울시선관위는 전단지에 후보자의 이름만 들어가도 배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영선 전교조 학생인권국장은 “이름 옆에 동의 여부를 기호로 표시한 것이었다. 주목받지 못하는 청소년 인권에 대한 후보들의 찬반조차 알리지 못하다니, 선거법이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선관위는 15일 촛불집회 현장에서만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가 4건 있었다고 19일 밝혔다. 선관위가 광장에서 주로 적용한 법 조항은 공직선거법 90조와 93조다.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광고, 인쇄물, 현수막 등을 게시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날 전교조 외에도 또다른 2개 단체가 현수막이나 팻말에 특정 정당의 이름을 썼다가 선관위의 제재를 받았다. ‘평화 가고 사드 오라?’는 문구와 함께 대선 후보들의 사진이 담긴 포스터를 붙인 환수복지당원 2명은 선관위가 부른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시민사회는 정책 선거를 위축시키는 현행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량 공세’로 치달을 수 있는 광고를 제외하고 유인물 배포 등은 풀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의 이선미 팀장은 “현행 선거법을 지키려면 특정 정책에 대한 얘기는 할 수 있어도 특정 후보에 대해선 전혀 말할 수 없다. 정책 얘기를 하다보면 사람에 대해 언급할 수밖에 없다. 이런 규제는 선관위가 바라는 정책 선거를 오히려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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