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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학가에 ‘채식할 권리’ 바람 분다

등록 2017-04-26 20:15수정 2017-04-26 22:18

채식은 식습관 이전에 개인의 지향성
고대 총학, 우유도 꺼리는 ‘비건’ 배려
중간고사 간식에 치아바타 빵 포함
동국대·서울대 등 채식 동아리 늘며
인근식당에 ‘채식 먹을 권리’ 요구도
학생식당서도 팔지만 2배 값 ‘발목’
지난 25일 저녁, 서울 고려대 총학생회가 학내 하나스퀘어에서 1학기 중간고사 간식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고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2학기부터 채식 간식을 나눠주는데, 간식엔 채식 메뉴인 치아바타 빵 100개가 포함됐다. 사진 임세연 교육연수생
지난 25일 저녁, 서울 고려대 총학생회가 학내 하나스퀘어에서 1학기 중간고사 간식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고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2학기부터 채식 간식을 나눠주는데, 간식엔 채식 메뉴인 치아바타 빵 100개가 포함됐다. 사진 임세연 교육연수생
‘비건 학우들이 드실 수 있는 것으로 준비하였습니다.’

지난 24~25일 저녁, 서울 고려대 총학생회는 이틀 동안 학내에서 도너츠·음료수와 함께 ‘비건 메뉴’인 치아바타 빵 100개를 중간고사 간식으로 나눠줬다. 비건(vegan)은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우유, 달걀 등도 먹지 않고 엄격하게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총학은 정기 시험 기간마다 간식을 배부하는데, 도너츠나 과자 등 비건 학생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따로 달걀·버터 등이 들어가지 않은 치아바타를 준비했다.

채식을 단순히 까다로운 식습관이 아닌 개인의 지향성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면서, 대학가에선 소수자로서 채식인의 ‘먹을 권리’를 보장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해 몇몇 단과대 중심으로 비건 간식을 나눠준 데 이어 이번에 처음으로 총학 차원에서 준비했다. 이승준 고대 총학생회장은 “처음엔 일부 과에서 ‘채식인까지 생각하면서 간식을 준비해야 하느냐’는 말도 있었지만, 이번엔 지난번보다 2~3배 많은 단과대에서 채식 간식 사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들이 ‘먹을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서기도 한다. 이번 학기에 생긴 이화여대 채식동아리 ‘솔찬’은 학교 앞 채식 식단 음식점 지도 만들기부터 시작해 학내 동물권 동아리와 연대하고 학내 채식 메뉴 신설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회장 조경림(21)씨는 “학생식당에 채식인을 위한 메뉴가 없어서 학교에 오래 머무를 때 배부르게 먹는 걸 포기한 지 오래”라며 “한국엔 아직 소수자인 채식인의 목소리를 내는 곳이 드물어서 동아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결성된 고대 채식동아리 ‘뿌리:침’은 안암동 일대 식당에 비건 메뉴를 추가하도록 요구했는데, 이달 한 인도 카레식당에서 이를 받아들여 ‘비건 카레’를 만들기도 했다. 동국대, 서울대, 성균관대 등에도 채식동아리가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학생식당에서 채식 메뉴를 판매하는 대학도 있다. 하지만 다른 메뉴보다 상대적으로 비싸 학생들에겐 부담이다. 동국대의 채식뷔페 ‘채식당’은 2500~4000원 안팎인 다른 학생식당 메뉴보다 값이 2배 정도 비싸다. 동국대 학생식당을 운영하는 학내 생활협동조합 쪽은 “1만5000여명 구성원 중 하루에 150~200명 정도만 이용하기 때문에 늘 적자”라며 “7000원에 12가지 메뉴 제공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대에도 채식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긴 마찬가지다. 비건페미니스트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연구생 ‘마리’(35)씨는 “학생식당은 1700원이 가장 저렴한 메뉴고 대부분 2500~3000원 사이인데, 채식 식당은 6000원으로 학부생들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채식연합은 채식인을 전체 인구의 1~2%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20대가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수지 기자, 임세연 교육연수생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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