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청주여성교도소 수용자들. 청주/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구속되면 23개월 된 어린 아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는 두 돌이 채 안 된 아들을 이유로 최대한 한국 귀국을 늦추려 하고 있다. 지난달 덴마크 법원은 정씨의 한국 송환 결정을 내렸지만 정씨는 아들의 신변 문제를 이유로 항소했다. 다음달 8일 항소심이 열린다.
정씨는 현재 체포영장 발부 상태라 귀국하면 곧장 구치소에 수감된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엔 18개월 이하 영아만 구치소·교도소 등 교정시설에서 양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8개월이 넘는 정씨 아들은 따로 돌봐줄 사람이 없다면 교정시설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 산하 보육시설 등으로 보내지게 된다.
정씨뿐 아니라 어린 자녀를 둔 수용자들이 자신이 구금됐을 때 가장 염려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아이의 양육 문제다. 수용자 자녀들은 양육자로부터 안전하게 양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고 사회적으로 ‘범죄자 자녀’로 낙인찍힐 문제까지 있어 ‘잊힌 피해자’, ‘제3의 피해자’로 불린다. 국내 4만5000~6만여명으로 추정되지만 그간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된 실태조사도 없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 차원에서 처음으로 ‘수용자 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착수한다고 10일 밝혔다.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에서 용역연구를 이달부터 진행해 11월에 완료할 예정이다.
윤채완 인권위 아동청소년인권과장은 “수용자 자녀는 가족관계 해체, 사회적 낙인, 빈곤 등 다층적인 위기에 놓여 있는데 정부에서 확보한 통계나 현황 파악이 부족해 조사과제로 발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로 이들의 인권 상황을 파악해 지원정책 도입과 개선방안을 검토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수용자 가족 연구를 해온 신연희 성결대 교수는 “미국에는 여성 수용자들 가까이에 보육시설을 두고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할 수 있게 하는 제도도 있다”고 말했다.
‘세움’의 이경림 상임이사는 “지난해 <한겨레> 기획보도(‘위기의 아이들, 수용자 자녀’, <한겨레> 2016년 3월25일치 1면 등) 이후 인권위에서 관련 자료 요청이 있었고, 정책과제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의미있는 수용자 자녀 정책이 도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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