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샷! 병신샷!”
지난 2월 서울 광운대 학생 강민석(19·전자통신공학)씨는 학내 오리엔테이션에서 술게임 도중 다 같이 외치는 이 말을 따라 할 수가 없었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용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술게임에서 누군가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 마시는 벌주를 대학가에서는 흔히 ‘병신샷’이라고 부른다.
이를 마음에 담아둔 강씨는 지난 4월 대학생들로 이뤄진 비영리단체 ‘애칭정하기’(장애인 지칭표현 바로잡기)를 만들고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희화화하는 언어를 조심하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 첫번째가 ‘병신샷이라는 용어 사용 안 하기’였다. 애칭정하기는 대학가 축제 기간을 앞두고 ‘병신샷’ 대신 ‘아차샷’을 쓰자고 제안했다. 술게임 ‘실수’에서 비롯한 ‘벌주’로서의 성격을 담은 용어였다.
서강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6일 시작된 축제 기간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일일주점 입구에 포스터를 부착하고 메뉴에 ‘아차샷’을 쓰자는 스티커를 붙였다. 범위를 확대해 ‘혐오발언 Free(없음)’ 표식도 일일주점에 붙였다. 구성우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반적으로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어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는 23일 시작되는 축제를 앞두고 외모평가 발언, 비하와 조롱 의미를 담은 발언, 성차별적 어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축제자치규약’을 제정해 배포했다. 앞서 홍익대 미술대학 학생회도 회의를 통해 지난 1월부터 ‘병신샷’ 등 소수자 비하 단어 사용을 지양하기로 의결했다. 성임은 동국대 총여학생회장은 “몇년 전만 하더라도 비하 발언에 대해 ‘장난인데 안 되냐’는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병신샷’은 물론 동성끼리 마시는 술을 일컫는 ‘게이샷’, ‘레즈샷’ 등까지 비하 발언으로 인지하고 삼가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임세연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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