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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 임동원·신건씨 영장청구 배경

등록 2005-11-14 22:11수정 2005-11-15 00:06

수시로 “첩보 수집” 지시 불구…“몰랐다면 손으로 하늘 가리기”
검찰이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는 이들이 국정원의 휴대전화 불법감청을 독려하거나 지시했는데도 이를 부인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도청 관여=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장은 통신감청 등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이고 국정원의 조직 특성상 원장에게 모든 권한 집중돼 있다”며 “조직적·계획적 도청의 책임자는 국정원장”이라고 규정했다.

대북 문제에 전념한 임동원(71) 전 국정원장(1999년 12월~01년 3월)이 도청 및 국내 정치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김은성(60) 전 국정원 2차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임 원장 때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와 이철승씨 대화를 도청했다”고 말했다. 또 “최규선씨가 임 원장을 비하하는 발언을 보고받고 임 원장이 내사를 지시했고, 최씨를 감청했다”며 “임 원장의 해임 건의와 관련해 자민련 의원을 도청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임 원장의 지시로 민주당 장성민 의원과 주진우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을 만난 사실 등도 털어놨다. 검찰 관계자는 “임 전 원장은 수시로 현안에 관련된 첩보 수집을 지시하거나 관심을 나타내는 등 적극 관여한 사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임 원장 때 유선중계 통신망 감청장비 아르2(R2) 5세트를 추가 제작해 본격적으로 사용했고, 99년 12월 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CAS) 20세트를 제작했다.

신건(64) 전 국정원장(01년 3월~03년 4월) 때도 아르2를 이용한 무차별 도청이 계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신 전 원장이 감청장비를 폐기한 것을 평가할 수 있겠지만 자발적인 폐기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욱이 신 전 원장은 최근 검찰 조사를 앞두고, 국정원 간부들과 여러 차례 만나 도청을 시인한 진술을 번복하라고 지시하고,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고 검찰은 말했다.

검찰의 고민=검찰은 김영삼 정부 때 도청에 책임이 있는 안기부장들과 형평성 문제로 두 원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고심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이 잘못을 스스로 고백한 상황에서 전 원장들을 구속하는 것은 국정원에 부담을 주고, 구제금융 사태 극복 등 국민의 정부의 치적들이 가려질 수 있어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청이 ‘끼워넣기’ 수준이 아닌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져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두 전 국정원장들이 도청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신, “불법감청을 몰랐다”고 주장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은 “국정원장이 도청을 몰랐다고 하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상철 고나무 기자 rosebud@hani.co.kr



DJ쪽 강한 반발 ‘정치 파장’ 일 듯

검찰이 14일 임동원·신건 두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 쪽이 강하게 반발했다. 김 전 대통령 쪽의 최경환 공보비서관은 이날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5년 동안 ‘미림팀’에 의해 철저한 도청과 감시를 당한 ‘국민의 정부’ 사람들이 도청 혐의로 책임을 추궁당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검찰의 사전영장 취소를 요구했다. 최 비서관은 “두 분 전직 국정원장이 도청에 관계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 비서관은 이어 “국민의 정부는 도청팀을 구조조정하고, 도청기구도 파괴한 정부”라며 “어떻게 그런 분들에게 이런 무도한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익을 위해서나 형평성에서도 어긋나는 일”이라며 “무엇을 위해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정부의 조처를 이해할 수 없다”고 검찰 쪽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두 전직 원장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 소식을 보고받은 뒤 불쾌한 감정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전병헌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데다 불법도청 본류인 미림팀 수사의 형평성과도 맞지 않는다”며 “구속수사는 부당하다”고 말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도 “두 전직 원장이 김 전 대통령의 뜻을 어기면서 도청에 관여한 것으로 믿기지 않는다”며 “앞으로 수사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두 전직 원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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