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인권 경찰’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한 가운데, 경찰관이 시민을 보이스피싱 범죄자로 오인해 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관할 경찰서장이 공식 사과했다. 경찰은 감찰에 착수했다.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9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시민 1명을 검거하는 것은 안된다”며 “진솔하게 사과하라고 지시했고, 정확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물게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윤승영 성동경찰서장도 이날 새벽 2시께 서울지방경찰청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서울청은 이날 성동서에 대한 감찰 조사를 시작했다.
앞서 27일 밤 성동서 강력팀 소속 경찰관들은 지하철 옥수역 인근에서 30대 남성 ㄱ씨를 보이스피싱 용의자로 오인해 체포하다가 얼굴과 팔 등을 폭행해 다치게 했다. ㄱ씨는 28일 페이스북에 “갑자기 남자 두명이 와서 잡고 눕히려고 난리가 났다. 순간 ‘장기매매구나. 나 이제 죽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도망치려고 발버둥쳤지만 가만히 있으란 말뿐이었다”며 다친 얼굴 사진을 올렸다. 당시 경찰이 미란다원칙(범죄용의자 체포 때 변호인 선임 권리, 진술 거부 권리 등을 미리 알려주는 원칙)을 알리지 않은 채 얼굴과 눈을 때리고 목을 조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이 반인권적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청와대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경찰에 ‘인권친화적 경찰’을 주문한 지 이틀만에 벌어진 사건이라 더욱 주목을 끌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