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송환을 요구하는 북한이탈주민 권철남씨가 15일 기자회견이 끝나고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또 한 명의 북한이탈주민이 ‘탈북 브로커에게 속아서 남한에 왔다’며 공개적으로 북송을 요구하고 나섰다. 탈북민이 신분을 밝히면서 북송을 요구한 사례는 김련희(48)씨에 이어 두번째다.
기독교평화행동목자단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앞에서 ‘탈북동포 권철남 양심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탈북민 권철남(44)씨의 북송을 요구했다. 이들은 ‘탈남 미수(로) 구속한 북한 동포를 석방하고 권철남을 비롯한 귀향을 희망하는 모든 탈북 동포를 즉각 송환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도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에 전달했다.
권씨는 2014년 8월 북한 국경선을 넘었고 같은 해 11월 한국에 입국했다. 북에선 아내와 아들과 지내며 약초 장사를 했다. 권씨는 “중국에서 만난 브로커가 ‘한국만큼 살기 좋은 나라는 없다. 집도 직장도 다 준다’고 설득했다. 꾐에 빠져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브로커는 당시 권씨가 갖고 있던 2700만원 상당의 현금도 ‘한국에 들고 가면 안 되니 두고 가라’고 속여 모조리 빼앗았다. 울산에 정착한 권씨의 생계는 녹록지 않았다. 권씨는 “일당 10만원을 받고 하우스에서 막노동을 했는데 탈북자라고 괄시받았고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권씨는 “탈북한 친구에게 ‘내가 간첩이라고 하면 보상금을 많이 줄 텐데…’라는 농담을 했는데 친구가 정말로 경찰에 신고해 간첩 혐의로 긴급체포됐다”고 주장했다. 마침 한국에서 살기 힘들다는 생각에 제3국을 거쳐 북으로 돌아가고자 여권을 발급받았던 터였다. 권씨는 “20일 동안 감금당하며 간첩 자백을 강요당했다. 나는 간첩이 아니기에 끝까지 부인했다. 조사 기관도 혐의를 밝혀내지 못해 (국가보안법의) 잠입·탈출 미수죄로 기소됐다”고 말했다. 권씨는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권씨는 기자회견에서 “막내인 제가 사라져 아버지가 고통을 겪다가 지난해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아버지 영전에 술이라도 한잔 따라 드리고 싶다. 북으로 가려고 탈남을 기도하다가 감옥에 가 있는 동포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보안수사대 수사관에게 들었다”며 북송을 호소했다. 지난 14일에는 35개 시민단체로 꾸려진 ‘북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해결을 위한 대책회의’가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상 강제억류되어 있는 김련희씨를 북한에 돌려보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글·사진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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