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미에시 피에호프스키 (1919~ )
1942년 6월20일, 아우슈비츠 탈출
1939년 9월, 폴란드를 침공한 나치 독일은 보이스카우트까지 잡아다 총살했다. 스카우트 대원이던 카지미에시 피에호프스키, 독립운동을 하려고 국경을 넘다 붙잡혔다. 1940년 6월, 정치범을 나타내는 붉은 삼각형을 달고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혔다. 수인번호 918, 동료들끼리 부르는 애칭은 카지크였다.
가스실이 완성되기 전에도 아우슈비츠는 지옥이었다. 자기가 죽을 수용소를 짓느라 하루 열두 시간 넘게 일했다. 숟가락 하나와 그릇 하나씩을 받았다. “숟가락이 없어지면 국물을 개처럼 먹어야 했고, 그릇이 없어지면 그 국물도 받지 못했다.” 밤에는 같은 그릇에 소변을 담았다. 간수들은 재미 삼아 사람을 쐈다.
카지크와 세 친구는 대담한 계획을 짰다. 동료 벤데라는 차를 훔치고 카지크는 나치 친위대(SS)의 옷을 훔쳤다. 문 앞에서 병사가 막아서자 친구가 어깨를 치며 속삭였다. “카지크, 뭐라도 해봐.” 카지크는 문을 열라고 당당히 호통을 쳤다. 네 사람이 탄 차는 악명 높은 수용소 정문을 빠져나왔다. 1942년 6월20일의 일. 훗날 카지크는 폴란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공산정권 시절에는 감옥살이도 했다. 지금도 정정하게 살아, 아우슈비츠의 참상을 증언한다.
김태권 만화가
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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