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과 케이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 지원 협의 과정 등을 증언하기 위해 2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앞서 같은날 오전 박 전 대통령도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왼쪽) 연합뉴스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박근혜(65)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과 함께 시각장애인 돕기 사업에 대한 지원 요청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최 회장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 재판에 나와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을 40분간 면담했을 때 상황을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면담 시작 5분 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불러 “에스케이는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얼마를 출연하였지요?”라고 물었다고 했다. 안 전 수석이 111억원이라고 답하자, 박 전 대통령이 “감사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케이스포츠재단의 구체적인 사업에 대한 도움도 요청했다. 법정에서 검찰이 “최 회장에게 ‘가이드러너’ 사업이 시각장애인을 돕는 좋은 사업인데, 에스케이처럼 대기업이 도와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권유했다”는 박 전 대통령의 진술 내용을 공개하자, 최 회장도 “(그런 얘기를) 들은 것 같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다른 정부의 역대 대통령과 똑같은 형태로 단독 면담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최 회장은 독대에서 면세점 사업권, 씨제이(CJ)헬로비전 인수합병 등 그룹 현안을 건의했고, 박 전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 없이 “알았다”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최 회장은 또 박 전 대통령이 안부를 묻자 “저는 (사면돼)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 나와서 조카들 볼 면목이 없다”며 수감 중인 최재원 수석부회장 석방 문제를 에둘러 꺼냈지만, 박 전 대통령이 별다른 반응이 없어 더는 언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최 회장의 부인 노소영씨가 최 회장의 사면 결정 전 박 전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낸 사실도 공개했다. 편지에는 최 회장의 사면과 석방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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