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살처분과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는 예술가를 비롯해 시민들이 모인 연대체 ‘동물권 퍼포먼스 그룹’ 주최로 살처분된 생명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는 케이지 감금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임세연 교육연수생
살처분된 동물들을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렸다.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예술가·회사원·학생 등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결성한 ‘동물권 퍼포먼스 그룹’은 지난해 11월부터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독감(AI)로 살처분 당한 동물을 애도하고 공장식 축산을 규탄했다.
이들은 에이아이의 잦은 발생 원인을 ‘대규모 밀집사육’과 ‘기업화된 시스템의 공장식 축산’으로 지목했다. 위령제에 참석한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 황윤 감독은 여는 발언에서 “에이(A)4용지 크기도 되지 않는 닭 사육장에서 부리가 잘리고, 날개도 펴지 못한채 햇빛 한 번 보지 못한다. 이런 환경에서 병이 걸리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위령제에선 공장식 축산을 규탄하며 케이지(철제 사육장)에 갇힌 퍼포먼스와 흰 꽃을 들고 함께 걷는 ‘애도의 걸음’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케이지에 갇혀 살다 출산율이 저조하면 살처분 당하는 축산동물을 표현하기 위해 피와 억압을 뜻하는 붉은 노끈을 맨 두 사람이 사각형 케이지에 들어가 있었다. 빈 케이지엔 ‘출산성적표’와 국화꽃이 매달려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4명의 참가자가 징을 치며 에이아이 동물과 자연의 경고’, ‘에이아이 살처분 현장요원 심리안정 치료’, ’잇단 양돈장 이주노동자 사망’ 손팻말을 들고 걷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동물권 퍼포먼스 그룹 참가자들이 살처분된 동물의 넋을 위로하는 애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임세연 교육연수생
고병원성 조류독감은 지난해 11월부터 발생해 이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번달까지 살처분 당한 가금류 숫자만 3800만마리에 이른다. 2014년부터 최근 3년 동안 살처분된 가금류는 한국 인구 보다 많은 6000만마리 정도로 집계된다. 이날 위령제 참식한 비건퀴어페미니스트 활동가 ‘마리’씨는 “성소수자 페미니스트들은 우리의 입을 통해 우리 현실 알리려고 거리로 나올 수있고 세상과 맞서 싸울 수 있지만 인간이 아닌, 인간의 삶을 위해 이용당하는 동물들은 자신들의 고통들을 우리에게 말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며 “동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듣지 않기 위해 멀리 떼어놨을 뿐이다. 동물들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박수지 기자, 임세연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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