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5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청소년이 직접 뽑는 제19대 대한민국대통령 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모의투표에서 참정권이 없는 청소년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좀 섭섭했어요.” 세종시 세종여고에 다니는 신새벽(17)양은 25일 “선거 결과가 나오면 당선인에게 당선증을 직접 전달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취소돼 섭섭했다”고 말했다. 신양은 지난 5월9일 19대 대통령 선거일에 치른 ‘청소년 모의대선’ 홍보를 담당했다.
지난 대선일 청소년 5만여명도 문재인 대통령을 ‘청소년 대통령’으로 뽑았다. 하지만 아직 당선증을 전달하지는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에게 직접 당선증을 전달하며 ‘18살 참정권’에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던 청소년들의 바람도 채워지지 않고 있다. 김진곤 한국와이엠시에이(YMCA)전국연맹 지도력계발국장은 “여러 경로로 청와대 쪽에 당선증 전달 의사를 타진했지만, 결정된 얘기를 못 들었다”고 말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5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선거권을 갖지 못한 청소년들이 참정권을 요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청소년 대통령 당선증’에는 지난 촛불정국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청소년들이 뽑은 대통령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고 나온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18살 참정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까지 이끌어내진 못했다. 결국 이들은 대선일 모의 대선을 열어 ‘청소년 대통령’을 뽑았다. 전국연맹 주최로 서울 등 전국 30곳에서 현장투표소를 열었다. 전체 5만1715표 가운데 문 대통령이 2만245표를 얻어 39.14% 득표율로 ‘청소년 대통령’에 뽑혔다. 심상정 후보가 2위(36.02%),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3위(10.87%)였다.
법적 효력은 없는 투표였지만 청소년들은 “우리도 투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신양은 “이번 모의대선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고 투표했다. 정치적으로 미성숙한 존재라는 우려는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허영란(18) 학생은 “문 대통령도 후보 시절 ‘18살 참정권’을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으셨느냐”며 “당선증을 전달하게 된다면, 청소년의 정치 참여 기회를 넓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한편, 한국와이엠시에이는 모의투표에 참여한 17~19살 청소년 300명을 대상으로 최근 문 대통령에게 바라는 정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1위는 일자리 확대(31%)였고 교육, 육아국가책임제 및 교육제도 개선(17%), 청년지원제도 확대(15%) 등이 뒤를 이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