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 거부에 일선 판사들 비판
법관회의 의장 “의결사항의 집행 방법에 의견 내달라”
법관회의 의장 “의결사항의 집행 방법에 의견 내달라”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 28일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 요구를 거부한 것과 관련해 29일 법관들 사이에선 “원인 해결을 외면한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만 양 대법원장이 ‘법관회의 상설화’를 수용함에 따라 일선 판사들의 즉각적인 반발이 터져 나오지는 않았다.
일선 판사들의 비판은 추가조사 거부 부분에 집중되고 있다. 양 대법원장은 전날 “‘교각살우(쇠뿔 모양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의 우’를 범할 수 있다”며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사들은 ‘블랙리스트’ 의혹을 더 키울 뿐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8~29일 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엔 “블랙리스트 의혹은 비뚤어진 쇠뿔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제거하지 않으면 사법부 전체를 무너뜨릴 종양 덩어리”라며 추가조사 수용을 촉구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법관회의 쪽은 깊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한 법관대표는 “양 대법원장이 전국 법원 대표들이 참석한 법관회의의 결의 사안을 거부한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여론이 강하다”고 했다. 하지만 법관회의 의결에 구속력이 없어, 추가적인 행동에 나설 묘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일부 법관대표가 대표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내부 분열로 비치는 것을 우려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법관회의 의장인 이성복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법관대표들은 대법원장 말씀에 관한 의견, 특히 법관회의 의결사항의 집행 방법에 관한 소속 법원 판사들의 가감 없는 의사를 수렴해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10명으로 구성된 법관회의 상설화 소위원회는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모임을 열고 사법행정권 참여 범위 등 법관회의의 성격을 논의할 예정이다. 법관회의 진상조사 소위원회도 주말 동안 양 대법원장의 추가조사 거부 입장에 대한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법관회의에서 추가조사 요구가 압도적 찬성으로 의결된 만큼, 추가조사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대법원장의 입장을 전해 듣고 연판장이라도 돌 것으로 예상했는데, 판사들이 예상보다 신중한 듯하다. 법원행정처로서는 ‘묘수’를 던졌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했다. 현소은 김민경 기자 so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