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실종 선원의 어머니 이영문(68)씨가 행인들에게 스텔라데이지호 관련 전단과 리본을 나눠주고 있다.
항해사 아들이 남대서양 한복판에서 실종됐단 소식을 들은 뒤, 강원도 춘천에 사는 이영문(68)씨는 100일째 한번도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톤을 싣고 중국으로 항하던 중 지난 3월31일 “물이 샌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 소식이 끊겼다.
그날로부터 꼬박 100일이 된 8일에도 이씨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관련 소식을 알리는 전단을 나눠줬다. 광장에서 전단을 돌린 지 한달 째다. 2등 항해사인 아들 허재용(33)씨를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다. 이씨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전부터 쫓아다니며 (실종 선원들을) 찾아달라고 매달렸고, (문 대통령도) 조속히 해준다고 약속했었다”며 “속은 타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는데 수색면적도 줄었다. 다 수장시키려고 하는 거냐. 한명이라도 찾아달라”고 말했다.
이씨가 한쪽 옆구리에 낀 비타500 상자 안엔 노란색·주황색 리본이 엇갈린 채 매달린 고리가 가득했다. 실종된 선원 22명을 찾길 바라는 가족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구명벌 색을 가리키는 주황색으로 리본을 만들었다. 함께 달린 노란 리본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이들 가족에게 보이는 연대의 의미다. 스텔라데이지호에 오른 한국인 8명을 포함한 선원 22명은 아직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 상태다.
스텔라데이지호 전단과 실종 선원 구조를 염원하는 ‘주황색 리본’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들은 7일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37일이 지난 시점인 6월16일 집중수색이 재개 됐지만 구명벌 표류 추정 해역의 60%도 수색하지 못한 채 또다시 수색 중단 위기에 놓여 있다”고 밝히며 적극적인 수색을 호소했다. 지난달 21일 가족들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최초에 설정한 수색 구역이 모두 6만6000㎢였는데 2만8600㎢로 줄었다”고 반발하자, 정부는 수색 구역을 4만2674㎢로 확대했다. 가족들은 “여전히 최초 설정구역의 64.6%에 불과하고 수색 면적을 확대하면서, 수색선박의 항행 간격을 2배로 넓히는 겉핥기식 수색을 하기로 수색방식을 변경했다”고 비판했다.
“누우면 귀로 눈물이 다 들어가고, 서있으면 가슴으로 뚝뚝 떨어진다. 창자가 끊어진다는 게 뭔지 알겠다”고 말하는 이씨 눈에 눈물이 또 맺혔다. 손등으로 눈물을 슥 닦은 뒤 엄마는 다시 “스텔라데이지호 읽어주세요”라고 말하며, 행인들에게 전단을 돌렸다.
글·사진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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