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과 유흥주점 등의 매출을 면세 대상인 농산물 판매 매출로 속여 세금 수십억원을 탈루하도록 한 신종 ‘카드깡’ 조직이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카드깡 조직 총책 김아무개(65)씨와 인출총책 박아무개(50)씨 등 3명을 구속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모집·인출책 19명과 노래방 업주 등 34명은 불구속 입건 상태로 송치했다.
경찰 수사 결과 김씨 등은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수도권 일대 노래방·유흥주점·식당 등 3000여개 업소의 카드 결제 매출을 면세 대상인 농산물 판매 매출인 것처럼 꾸며 365억원 상당의 허위매출 신고한 혐의를 받는다. 덕분에 업주들은 매출의 10%인 부가가치세 36억원 가량을 탈루할 수 있었다.
이들은 노래방과 식당 등의 카드단말기에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해 이 업소들의 매출을 자산들이 세운 ‘유령 회사’의 농산물 판매 매출인 것처럼 조작했다. 과거 카드 단말기 영업사원이었던 김씨는 농산물과 업체 자체의 할인쿠폰을 구매할 경우 면세대상이라는 점을 알고서, 프로그래머 지인에게 일반 결제를 농산물을 산 것처럼 조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2년 가까이 계속된 범행이 세무 당국에 적발되지 않았던 까닭은 수천개 업소를 ‘회원’으로 받은 이 ‘유령 회사’가 국내 한 대형 피지(PG·Payment Gateway·전자지급결제대행업)사 뒤에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어느 업소에서 어떤 품목이 결제되든 피지사는 카드 번호와 날짜 등 결제 승인과 관련된 내용만 확인하기 때문에 실제로 카드깡이 이뤄지는지 여부는 전혀 감독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소에서는 카드 결제대금의 15% 상당을 부가세와 카드 수수료로 내야 하지만, 김씨와 계약을 맺은 업소는 부가세 없이 건당 7.7∼12%의 수수료만 김씨에게 지급했다. 김씨 등은 수수료를 제외한 결제대금을 업주들에게 현금으로 돌려줬고, 3년간 수수료만으로 3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 등은 지난해 8∼9월 750명의 해외 발급 신용카드를 복제해 자신들이 세운 유령 회사의 할인쿠폰 등을 결제하는 방법으로 약 3억3000만원의 허위매출을 올려 수수료를 제외한 2억7000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김씨가 복제한 해외 카드의 결제 승인을 도와준 혐의로 피지사 직원 2명도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식당 등에서 정상적으로 결제했는데 위장된 가맹점에서 농산물을 산 것처럼 조작되면 소비자들이 연말정산 때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지 못한다”며 “신용카드 결제 때 반드시 영수증 상호를 확인해 실제 상호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