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치안감·전 광주지방경찰청장)이 개인 비위 혐의로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강 학교장은 지난해 11월 촛불집회가 시작되던 때 이철성 경찰청장이 전화를 해와 광주경찰청 페이스북에 게시된 ‘민주화의 성지’라는 표현의 수정을 지시했다고 폭로해 눈길을 끌고 있는 경찰 간부다. 그러나 경찰청은 “강 학교장에 대한 수사는 ‘이철성 청장 관련 폭로’와는 무관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8일 “경찰청 감사관실이 강 학교장에 대해 뇌물 및 직권남용 혐의로 정식 수사를 의뢰했고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강 학교장은 한 대학병원에서 무료로 건강검진을 받고 교내 상업시설 유치와 관련해 부적절한 대접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감사관실은 7일 특수수사과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청은 강 학교장에 대한 감찰 착수가 두달 전이고 이번 수사의뢰도 시민감찰위원회의 결정 사항이어서 강 학교장의 최근 폭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경찰학교 내부 관계자의 고발로 강 학교장에 대한 비위 등이 감찰 대상이 된 것일 뿐 이번 이철성 청장 관련 폭로와 수사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강 학교장이 자신의 비위 혐의를 덮으려고 지난해 있었던 이철성 청장 지시를 뒤늦게 폭로해 물타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중앙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는 한 경찰은 경찰인권센터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날 “(이철성 청장의 삭제 지시가) 사실이라면 그때 문제 제기를 했어야지 왜 이제 와서 문제 제기 하는가. 경찰청장 흔들어 (감찰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작동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는 내용의 실명 글을 남겼다.
하지만 강 학교장의 비위 여부와 상관없이 이철성 청장의 부적절한 전화 지시 의혹 역시 확산하고 있다. 이 청장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강 학교장은 꽤 구체적으로 이 청장과 전화 통화를 했던 당시의 상황과 발언 내용, 심경 등을 언론에 폭로하고 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급자인 강인철 치안감만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철성 청장의 주장이 사실임을 전제로 하는 것 같아 무척 불편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광주지방경찰청장으로 있던 강 학교장은 11월 인사에서 경기남부경찰청 1차장으로 전보된 뒤 올해 1월 경찰중앙학교장으로 발령났다.
허재현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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