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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핫플레이스’ 된 익선동 일대 가게들이 고민하는 이유

등록 2017-08-16 18:39수정 2017-08-16 22:12

익선동 한옥마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익선동 한옥마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ㄱ(42)씨는 찾아오는 손님을 막아야 하는 일이 점점 잦아져 난감하다. 도심 속 옹기종기 모인 한옥이 빚어낸 정취 덕분에 ‘익선동 한옥마을’은 이른바 ‘핫플레이스’가 됐고, 그 골목과 맞닿은 ㄱ씨의 가게에도 새 손님들이 몰려오고 있다. 하지만 ㄱ씨 단골들은 새 손님들을 불편해한다. 단골들은 “이제 종로 올 날도 얼마 안 남았네”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ㄱ씨는 “손님 10팀이 오면 적게는 2팀, 많게는 6~7팀을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ㄱ씨가 운영하는 술집은 ‘게이바’다.

익선동을 끼고 있는 낙원동을 비롯한 종로3가 일대는 오랜 역사를 지닌 게이들의 ‘만남의 장소’다. 종로3가 게이 커뮤니티는 1970년대 형성돼 40년 넘게 지속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게이 커뮤니티로 꼽힌다. 현재 이 일대에 게이 관련 업소만 200여곳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4년부터 종로3가에서 게이바 ‘프렌즈’를 운영 중인 천정남(48)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퀴어 스트리트’가 성소수자에게 친화적인 사람까지 끌어당기는 것처럼, 익선동 주변도 그렇게 변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론 반갑다”면서도 “아직 커밍아웃 하지 않은 많은 게이들이 불편해하는 것도 사실이라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ㄱ씨도 “사회생활 하면서 철저히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는 게이들도 종로에서만큼은 긴장을 풀고 편하게 지내고 싶어한다. 아무래도 익선동이 뜬 다음에 동네에 ‘일반’(이성애자) 손님들이 많아져 ‘아우팅’(타인에 의해 성정체성·성적지향이 밝혀지는 것) 우려가 커지는 데 대해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동네가 뜨면서 치솟는 임대료는 게이 커뮤니티의 새로운 위협이다. ㄱ씨는 “올해 월세가 지난해보다 10% 올랐다. 언제 가게를 빼야 할지 모른다고 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 에스에스케이(SSK) 동아시아 도시연구단의 한윤애 연구원이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바탕으로 익선동 부동산 매매 거래를 전수조사했더니, 부동산 1제곱미터(㎡)당 평균 가격은 2014년 1092만원, 2015년 1429만원, 2016년 1844만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서울시 주도로 이뤄지는 ‘도시재생’ 사업도 종로3가 게이 커뮤니티를 위협하고 있다. 창덕궁 앞부터 종로3가 일대를 아우르는 서울시의 역사인문재생계획을 보면 귀금속, 국악, 익선동 한옥마을 등을 기존 종로3가 구성 요소로 고려하면서 게이 커뮤니티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서울시 창덕궁 앞 역사인문재생계획 구역. 서울시 제공
서울시 창덕궁 앞 역사인문재생계획 구역. 서울시 제공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구역에) 성소수자 업소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역사인문재생계획을 구상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특별한 고려를 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일부러 배제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에스에스케이 동아시아 도시연구단의 전원근 연구원은 “이곳을 일궈온 퀴어들의 역사까지 고려해 도시계획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로3가에 있는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이종걸 사무국장은 “이 지역 게이 커뮤니티의 일원이자 손님으로서 젠트리피케이션이나 도시재생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김진완 교육연수생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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