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개학을 보름도 채 안남기고 서울 동대문구청이 경희대 신축 기숙사의 사용승인을 반려해, 이 학교 학생 900여명이 기숙사 입주를 못할 처지에 놓였다. 학생들은 단체 행동에 나섰다.
17일 경희대와 동대문구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6일 동대문구청은 경희대 신축 기숙사에 대해 ‘교통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신청하라고 통보했다. 사용승인을 사실상 보류한 셈이다. 2014년 기숙사 건립을 추진할 때 학교 주변 원룸 주인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구청이 협의체를 만들어 기숙사 건립을 지원해준 바 있다. 이 때문에 사용승인이 날 것을 전혀 의심치 않았던 학생들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 됐다.
학생들은 학교법인과 구청 사이 해묵은 도로 소유권 소송이 이번 조처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학교법인 경희학원은 동대문구청을 상대로 ‘경희대 진입로 부지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경희대 정문 앞 도로(경희대로)가 학교법인의 사유지이므로 구청이 도로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구청이 경희학원에 사용료로 총 14억원 및 매년 1억4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구청이 도로 사용료를 협상하려고 기숙사 교통영향평가를 내세워 억지를 부리는 것 같다”며, 이날 오후 구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경희학원 관계자는 “수십년 동안 부당하게 도로를 점유해온 것에 대해 사용료를 내게 되자, 구청 쪽이 앞으로 발생할 도로사용료를 감당할 수 없으니 저희 쪽에 교통개선대책을 요구해 황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는 “기존 계획과 상황이 달라졌으니, 도로 소유자인 학교 법인 쪽이 계속 도로로 쓸 것인지 등 계획을 물어본 것일뿐 준공 거부는 아니다”라며 “의견이 보완돼 긍정적으로 검토되면 해결될 문제”라고 해명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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