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있는 한 노키즈존 카페. 인스타그램 갈무리
6살 아들을 둔 최아무개(37)씨는 최근 제주도 여행을 앞두고 들르고 싶은 카페를 고르다 마음을 접었다. 바다가 보이는 경치가 좋아 에스엔에스(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한 카페였지만 ‘노키즈존’(No Kids Zone·아이 동반 출입금지)이었기 때문이다. 이 카페는 ‘보호자 1명당 아동 1명’, ‘실외의 모든 꽃, 조명, 조각 등을 만져서는 안됨’ 등의 규칙을 준수하면 입장을 허용한다고 안내문을 붙여놨다. 이씨는 “아이도 나도 즐겁게 다녀올 수 없을 것 같아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식당 같은 곳에서 간혹 난동부리는 손님이 있으면 문제가 생길 때 내쫓지 않나. 애들이 시끄럽게 굴까봐 걱정하는 건 알지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미리 거부당하는 것 같아서 불쾌했다”고 말했다.
카페·식당 등을 중심으로 ‘노키즈존’이 점점 늘면서 지난달부터 트위터 등 에스엔에스에선 #서비스직이_말하는_진상아재’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맘충’보다 ‘진상아재’(진상행동을 하는 중년남성)들이 더 문제”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현재 트위터에서만 관련 게시글이 수백건이다. “아파트내 작은 마트에서 캐셔일 할 때 취한 아저씨가 와서는 화장실 좀 쓸 수 있냐고 그래서 없다고 했더니 가게 앞에다가 내 눈 보면서 노상방뇨함”(트위터 아이디 ‘na****’), “카페 알바 11일째. 혼자 맥주를 마시던 할아버지가 손님이 없으니 옆에 앉으라고 하더니 내 손을 잡아 자기 손에 억지로 문질렀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5만원을 꺼내 손에 쥐어주며 ‘한 번만, 한 번만’을 반복했다”(‘pr****’) 등이다.
‘노키즈존’을 둘러싸고 아이와 부모가 함께 다닐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주지 않으면서 ‘출입금지’까지 하는 건 일종의 ‘여성혐오’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실제 비난받을 만한 ‘몇몇 사례’를 일반화해 아이와 엄마를 출입금지시킨다면, 지하철 1호선에서 난동부리는 할아버지들은 왜 지하철 출입이 허가되어 있나”라며 “‘카페에서 기저귀를 갈았다’는 식의 ‘맘충’ 이야기는 공공장소에 기저귀교환대가 구비되지 않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공공장소가 아이 친화적이지 못한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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