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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마사회와 1575일간의 싸움, 애들 위해 버텼죠”

등록 2017-08-24 17:35수정 2017-08-25 01:24

1500일 투쟁 끝에 용산화상경마장 철수시킨 엄마들
화상도박장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기자회견에서 정방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화상도박장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기자회견에서 정방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반대 운동 1575일째, 천막 노숙농성 1310일째 되던 지난 23일, 두 엄마의 긴 싸움이 승리로 끝났다. ‘학교 앞 도박장’의 대명사가 된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장외마권발매소)이 오는 27일 폐쇄 협약식을 맺고 연말에 문을 닫는다.

2013년 5월 정방(47)·변정온(46)씨는 딸들이 다니는 성심여중·고에서 215m 떨어진 지점에 화상경마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반대 운동에 나섰다. 변씨는 “비상식적인 것을 바로잡는 일이니까 금방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대책위)를 꾸리자고 처음 논의를 시작한 학부모였다. 지역주민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경마장 이전이 추진됐지만, 마사회 쪽은 학교 앞 200m까지만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는 점을 들어 ‘문제없다’는 뜻을 고수했다.

결국 이들은 2014년 1월부터 아직 개장하지 않은 지상 18층, 지하 7층 규모의 거대한 화상경마장 건물 앞에서 천막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요령이 없어 처음엔 천막도 없이 스티로폼 위에서 떨었다. 그해 6월 한국마사회는 화상경마장을 기습 개장했다. ‘임시개장’ 형식이었다. 경마장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사채 광고 전단지가 학교 운동장에 흩날렸다. 엄마들은 마음을 다잡았다. “안 막으면 순식간에 들어오겠다는 생각에 평생 들을 욕을 다 들으며 싸웠다”고 변씨는 돌이켰다.

8월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 앞에서 변정온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 공동대표(왼쪽)가 화상경마장 운영을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대책위 제공
8월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 앞에서 변정온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 공동대표(왼쪽)가 화상경마장 운영을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대책위 제공
2015년 5월 마사회는 “임시개장 결과 평가가 긍정적으로 나왔다”며 정식으로 화상경마장을 개장했다. 대책위는 “2014년 11월 국무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에서 ‘지역주민과 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하라’고 지시했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를 이행하라’고 공문을 내려보냈는데 마사회는 이마저도 무시했다”며 투쟁을 이어갔다.

지난 4년여 대책위는 마사회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 2회, 형사고발 3회, 행정신고 5회 등 대응을 이어왔다. 또 셀 수 없이 많은 기자회견과 5회에 걸친 대규모 지역주민 집회를 열었다. 그사이 성심여중 2학년이던 정씨의 딸은 성심여고 3학년이 됐다. 지난 23일 직접 청와대에 들어가 화상경마장 폐쇄 협약식 일정을 확인하고 돌아온 정씨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정씨는 “애들 덕분에 오래 싸울 수 있었다”며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협약식에서 서명을 해야 실감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와준 이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정씨는 “성심수녀회의 수녀님들이 ‘학교는 마을의 등불이다’라고 말씀해주셨다”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참여연대, 용산시민단체 등도 고맙다”고 말했다. 변씨는 긴 싸움을 한줄로 요약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하다가 결국 계란이 부화해서 바위를 넘어선 사례가 우리 이야기 아닌가 싶어요.”

협약식은 27일 오전 11시 용산 화상경마장 반대 농성장 앞에서 열린다. 이양호 마사회장, 이학영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한다.

박수지 기자, 조진영 교육연수생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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