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무죄를 가른 핵심 쟁점은 ‘뇌물공여죄’였지만, 징역 5년 실형이 내려진 데는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혐의가 인정된 게 영향을 끼쳤다. 이 부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려(횡령) 독일로 반출(재산국외도피)한 것은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주기 위한(뇌물공여) ‘과정’에 불과했지만, 형량 면에서는 뇌물공여보다 횡령과 재산국외도피죄가 훨씬 무겁기 때문이다.
형법상 뇌물공여죄는 대법원 양형 기준을 적용해도 최대 형량이 징역 3~5년 정도다. 반면 횡령죄는 이 부회장처럼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에서 추가 가중처벌이 가능해 최하 징역 5년부터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재산국외도피죄도 범죄 금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최하 10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금액을 각각 298억원, 79억원으로 적시해 특경가법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재판부는 횡령액을 승마 지원 65억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16억원을 합쳐 81억원이라고 판단해 특경가법을 적용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형량이 가장 센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해서는 특경가법상 50억원에 못 미치는 37억원만 인정했다. 삼성이 최씨와 정씨 모녀가 대주주로 있는 코어스포츠에 용역비 명목으로 37억원을 독일로 보내면서 ‘허위 지급신청서’를 작성한 혐의만 유죄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삼성 쪽이 정유라씨에게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을 통해 보낸 42억원에 대해서는 ‘계좌 송금할 당시엔 정씨에게 증여할 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재산국외도피액이 50억원을 넘지 않으면 5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된다. 이 부회장의 경우 판사가 재량에 따라 형량을 낮춰주는 ‘작량감경’을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법에 정해진 최저 형량인 징역 5년을 선고한 셈이다. 현행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 징역형에만 선고할 수 있어서,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1심처럼 특경가법상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소 5년을 복역해야 한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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