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만큼 기념품도 인기
대통령 서명있는 찻잔, 시계는 ‘희귀템’
우표는 중고거래장터에서 웃돈 주고 거래
대통령 서명있는 찻잔, 시계는 ‘희귀템’
우표는 중고거래장터에서 웃돈 주고 거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 기념품인 ‘이니굿즈’ 열풍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니굿즈는 문 대통령의 별명인 ‘이니’와 상품을 뜻하는 ‘굿즈(goods)’의 합성어다.
문 대통령이 등장한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문 대통령이 사용한 물건도 ‘완판’된다. 모두 ‘문덕(문재인 덕후의 줄임말)’들이 구매한 결과다. 물론 모든 이니굿즈를 쉽게 구할 수는 없다. ‘품절’에 허탕을 치는 경우가 다반사고, 정부가 발행하는 이니굿즈는 수량도 절대 부족이다. 판매하지 않고 ‘국가유공자’나 ‘국가 귀빈’ 등에게만 제공되는 것도 있다. 그러나 문덕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구매하지 못하면 직접 만든다. ‘득템’을 위한 문덕들의 이니굿즈 찾아 삼만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화제의 ‘이니굿즈’ 어떤게 있었나
이니굿즈 열풍은 주간지 <타임> 품절 사태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5월 발행된 아시아판 <타임>에는 문 대통령이 표지 모델로 등장했다. 당선 전 진행된 인터뷰가 수록되면서 문덕들 사이에서 인기였다. 해당 잡지는 3개월 전에 출간됐음에도 여전히 베스트셀러이며, 예스24의 해외잡지 분야에서 판매 3위를 기록 중이다.
출판업계에서도 문 대통령과 관련된 책들을 마케팅 최일선에 내세우고 있다. 몇몇 인터넷 서점은 이벤트 페이지를 두고 문 대통령의 저서에서부터 추천서, 심지어 관련된 인물의 책까지 모아놓았을 정도다.
새벽부터 길 게 선 줄, 타지역 출장 구매, 사재기, 구매대행까지 최근 ‘진풍경’을 불러온 이니굿즈는 ‘문재인 우표첩’이다. 문 대통령의 어린시절부터 참여정부 공직 생활을 했던 시기, 취임식날 모습까지 담겨 있다. 지난 17일에는 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우표를 사려는 시민들로 우체국이 문전성시였다. 문재인 우표첩은 최초 2만부 발행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25일부터 ‘품절 대란’에 1만2천부를 추가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역대 대통령 기념우표 가운데 초단기간 ‘완판’ 기록을 세웠으며 역대 대통령 기념 우표 중 추가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니굿즈 중 가장 ‘희귀템’은 문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손목시계와 찻잔이다. 문덕들 사이에서 ‘가장 갖고 싶은 이니굿즈 1위’로 꼽힌다. 주로 청와대 행사에 초청받은 사람 또는 외국에서 온 손님 등 일부 ‘선택받은 사람’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시계에는 청와대를 상징하는 봉황 문양과 문 대통령의 정치 철학인 ‘사람이 먼저다’ 문구가 새겨져 있다. 비슷한 문양과 문구가 들어간 문재인 찻잔은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외부 활동을 할 때 기념품으로 건넨다. 누리꾼들은 “간첩 잡아오면 (찻잔이나 손목시계) 주나요?” 등 농담을 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취임 뒤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의 등산길에 입었던 블랙야크 등산복 ‘B가디언자켓’,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 때 맸던 ‘독도 강치 넥타이’, 재벌 총수들을 초청한 ‘호프 미팅’ 때 마신 ‘강서 맥주’, 독일 교민에게 선물한 텀블러 등이 이니굿즈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 못 구하면 만들겠다…센스 만점 문덕들
문덕들이 이니굿즈를 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게 ‘중고’ 거래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서는 이니굿즈가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높은 인기에 값도 천정부지다. 정가 2만3천원의 문재인 우표첩도 중고나라에서는 10여만원에 거래된다.
문덕들이 가장 갖고 싶은 이니굿즈인 시계와 찻잔은 중고거래에서도 찾을 수 없다. 참다 못한 일부 문덕들은 직접 제작에 나서기도 한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이니 시계 만드는 방법’이라는 글이 화제다. 문재인 시계와 같은 크기로 시계를 프린트 한 뒤 오려내 손목에 두르면 된다. 시계 기능은 못하지만, 종이만으로 문재인 시계와 흡사한 연출은 가능하다. 문재인 찻잔도 이미지를 출력해 종이컵 표면에 덧대면 순식간에 ‘자매품(?)’이 만들어진다.
‘맥가이버형 문덕’들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이니굿즈를 제작하기도 한다. 직접 시계를 해부하고 문재인 시계 디자인을 오려 넣어 재조립하는 것이다. 문재인 시계와 동일한 모델은 아니지만, 시계 배경만을 볼 때 흡사 문재인 시계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다. 아예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에 문 대통령 사인이 들어간 배경으로 바꾸기도 한다. 그냥 손목에 시계를 그린 누리꾼도 있다. 이처럼 제작하거나 그리거나, 손재주가 좋은 ‘금손’ 문덕들의 아이디어는 작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짝퉁’을 만들어서 진품으로 속여 판매하거나 부당 이득을 취해서는 절대 안 된다. 상표법(66조)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 이니굿즈가 개척한 새로운 시장
이니굿즈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직접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문템샵’ ‘우리이니’ 등은 이니굿즈 전문 쇼핑몰이다. 이들은 가방, 티셔츠, 텀블러, 손톱깎이, 모자, 반지 등 종류를 불문하고 문 대통령이 연상되는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문 대통령 팬 카페인 ‘젠틀재인’에는 문 대통령과 관련된 굿즈를 만들어 공유하는 누리꾼들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 팬 사이트 중 하나인 ‘문덕’ 등에서도 이니굿즈 게시판을 따로 마련해 언론에 노출된 이니굿즈의 정보와 판매처 등을 공유하고 있다.
이니굿즈는 크라우드 펀딩에서도 승승장구 했다. 지난 7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기리는 기념뱃지 제작 후원을 진행했다. 314명이 참여했으며, 목표금액 200만원을 훌쩍 넘은 340여만원이 모였다. ‘젠틀재인’에서 이니굿즈 달력을 500부 내외로 소규모 공동구매 할 계획을 세웠었는데, 문덕들의 요구가 1만부를 넘어서면서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을 받게 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2018년 문 대통령 달력에 대해 9월25일까지 후원을 시작했다. 목표는 1억원이다.
■ 역대 대통령 굿즈와 무엇이 다른가?
역대 대통령 굿즈 중 여전히 거래되고 있는 상품은 ‘우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우표첩은 중고나라 등에서 20여만원에 거래가 진행되고 있고,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판매되는 역대 대통령 우표첩 가격대는 15만원 수준이다. ‘팬덤’을 보유한 역대 대통령들과 관련된 상품들도 판매되거나 공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고 거래가 활발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가격대도 천차만별이다. 진품 여부도 확인이 어려워 거래가 성사되기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여전히 70%을 훌쩍 넘는다. 열성적인 지지자들의 ‘팬심’에 더해 이니굿즈 열풍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덕관 기자 ydk@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문재인 시계’와 ‘문재인 찻잔’.
문재인 대통령이 실린 잡지 <타임> 표지
지난 5월 문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 함께 등산을 했다. 당시 입은 블랙야크 등산복 자켓. 한겨레 자료사진
종이로 만든 이니굿즈 ‘문재인 손목시계’. 인터넷 갈무리
종이로 만든 이니굿즈 ‘문재인 찻잔’. 인터넷 갈무리
기존 시계를 개조해 만든 이니굿즈 ‘문재인 손목시계’. 인터넷 갈무리
스마트워치의 배경을 이니굿즈로 변경. 인터넷 갈무리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뱃지 크라우드 펀딩 현황. 인터넷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인 17일 시민들이 문 대통령의 제19대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를 사기 위해 서울 광화문 우체국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