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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업무상 질병’ 노동자 입증부담 크게 줄여

등록 2017-08-29 21:09수정 2017-08-29 21:13

삼성 공장 다발성경화증 산재 판결…현장·재판 중요 지침 될듯
대법 “유해물 노출 상시적일 때 희귀병-업무 인과관계 인정해야”
화학물질 정보 공개 거부해온 사업주·노동당국 태도에도 경종
대법원이 29일 삼성전자 엘시디(LCD) 공장 노동자에게 발생한 다발성경화증이라는 희귀질환을 산업재해라고 판단한 것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폭넓게 인정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산업현장과 관련 재판에 중요한 지침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에서도 이번 사건처럼 유해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직업병에 대해 피해 노동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해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대법원은 여러 사건에서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증명될 필요는 없고, 취업 당시 건강상태, 작업장의 유해요인 유무, 근무 기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합리적 추론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일선 노동행정이나 일부 하급심에서는 인과관계 인정에 인색했다. 작업장의 유해요인 하나하나마다 위험 정도를 판단하고, 각각 기준치 이하라며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예가 많았다. 이번 사건의 1·2심도 “이씨가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고 업무 스트레스도 상당할 수 있지만, 개별 유해요인들의 위험 및 노출 정도가 높지 않아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번에 이런 판단 방식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발병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희귀질환이더라도 여러 유해요인이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허용기준 이하의 저농도라 할지라도 상시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근로자에게 희귀질환이 발병하면 보다 전향적으로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2002년 삼성 입사 전까지 건강했고 가족력이 없으며 △교대로 하루 9~12시간 엘시디 패널 화질검사 업무를 맡던 21살 무렵 다발성경화증에 걸렸으며 △다발성경화증의 발병 요인으로 거론되는 유기용제 노출, 주·야간 교대근무, 햇빛 노출 부족, 업무상 스트레스 등이 이씨에게 다수 중첩돼 이런 각 요인들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삼성 쪽과 대전지방 고용노동청 천안지청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유해화학물질 등에 관한 정보의 공개를 거부해 유해화학물질의 구체적 종류나 노출 정도를 증명하는 것이 곤란해진 특별한 사정도 이씨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피해자의 입증 부담을 덜어주면서, 사업주와 노동당국의 소극적·비협조적 자세에도 경고를 한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산재 피해자·유가족 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에 접수된 삼성전자 ‘다발성경화증’ 환자는 이씨 등 모두 4명이다. 2명은 최근 각각 서울고법에서 업무상 재해 인정 판결이 확정됐다. 나머지 1명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심사 중이다. 반올림은 이날 성명을 내어 “대법원 판결처럼 앞으로 근로복지공단과 역학조사기관인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한다”며 “보다 손쉽게 산재인정이 될 수 있도록 입증책임 전환 등 산업재해보상보험법제도가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여현호 선임기자, 박태우 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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