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임 ‘너나우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7월 에스케이(SK)케미컬-애경산업의 기만적 광고 행위를 인정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왼쪽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이우신, 박숙경, 이은영씨, 송기호 변호사,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인체에 무해한 안전한 제품’이라는 광고문구로 팔린 에스케이(SK)케미칼·애경의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의 표시광고 위법성 여부를 지난해 ‘판단 보류’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애초엔 형사고발과 과징금을 부과하려고 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공정위는 재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서 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임 ‘너나우리’의 이은영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 사무처가 지난해 7월 작성한 에스케이케미칼·애경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를 보면, 공정위 사무처는 가습기메이트에 광고와 관련해 “주요 성분이 독성물질인데도 표시광고시 이를 은폐 누락했고, 더 나아가 인체에 유익한 것처럼 표시광고 행위를 해 형사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에스케이케미칼과 애경에 대해 “각각 250억원, 81억원 한도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하며, 일간지에 시정명령 사항을 공표를 하게 해야한다”는 의견도 썼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63만7000여개가 판매된 애경 ‘가습기메이트’ 살균제. 제품 포장지 가운데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습니다’라는 광고문구가 보인다. 이지혜 기자
그러나 보고서가 작성되고 한달이 지난 8월, 공정위는 에스케이케미칼과 애경의 기만 광고 혐의에 대해 ‘판단 불가’라며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메틸클로로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의 유해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현재 이에 대한 환경부의 추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공소시효 일주일 전에 심의를 종료했다. 심의 당시 비록 환경부가 가습기메이트 사용자(당시 5명)를 피해자로 인정한 상황이었다.
표시광고법은 공정위 전속고발권에 해당돼 공정위가 ‘혐의 있음’으로 보지 않으면 검찰 기소가 불가능하다. 이에 지난해 직접 공정위에 신고한 이은영 대표는 “공정위가 공소시효를 얼마 남기지 않고 심의를 종료해 더는 심의를 받을 수 없게된 점이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9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날 공개된 심사보고서도 헌법재판 과정에서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날 오후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의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에 대해 신속히 재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또 관련사건을 연내 전원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쪽은 표시광고법은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공정위가 내릴 수 있는 과징금·시정명령 등 행정 처분은 조사 시점(2016년)부터 5년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2021년까지 제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가 지난해 심사보고서 의견을 묵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심사보고서는 심사관의 의견일 뿐이며,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와 피심인 의견을 종합해 판단한다”고 해명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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