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00만명 가입한 ‘몰카’사이트 폐쇄하고 운영자 구속

경찰 “재유포가 더 큰 범죄”…직접 촬영하지 않아도 엄벌

디지털성범죄 사진 5000여장이 공유된 회원 200만여명이 가입한 성인사이트 ‘밤바다’ 갈무리. 현재는 누리집이 폐쇄된 상태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여성들의 치마 속이나 다리 등을 몰래 찍은 ‘디지털성범죄’ 사진 5000여장을 인터넷에 올려 회원 200여만명을 모은 누리집 운영자 2명이 구속됐다. 불법 촬영물을 직접 촬영하지 않고 다른 누리집에 올라와 있는 영상을 재유포했지만, 경찰은 이들을 이례적으로 구속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008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성인용 누리집을 개설해 여성 신체를 몰래 찍은 불법 촬영 사진 5592장을 유포하고 성매매 업소를 광고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 위반)로 운영자 최아무개(37)씨와 이아무개(37)씨를 구속하고, 해당 누리집을 폐쇄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초등학교 동창 사이인 최씨와 이씨는 2008년부터 ‘밤바다’, ‘달콤한악몽’이라는 누리집을 차례로 열고 인터넷에서 수집한 디지털성범죄 사진을 올렸다. 회원 수에 비례해 광고 수익이 증가한다는 점을 노려, 회원 모집용으로 이 사진들을 재유포했다. 이들은 누리집에 ‘몰찍 훔쳐보기’, ‘몰찍 스페셜’, ‘길거리 섹시걸’, ‘해변의 섹시걸’ 등 불법 촬영한 사진을 올리는 칸을 별도로 만들었다. 회원들만 사진을 볼 수 있게 하자 회원 가입이 급증하면서, 2개 사이트 성인 인증 회원만 205만여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많은 회원 수를 바탕으로 성매매 업소 광고를 했고, 광고료로 14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누리집이 가장 활발히 운영된 2013년 무렵에는 월 광고수익이 3500만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 올라온 사진은 다른 곳으로도 재유포됐다. ‘밤바다’ 회원 김아무개(37)씨는 2015년 초부터 2016년 10월까지 이곳에 올라온 사진 276장을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옮겨 1만9000여명 회원들과 공유한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이들이 재유포한 촬영물의 출처가 여러 파일 공유 사이트로 드러남에 따라 이들 사이트와 업로더(파일을 올린 사람)들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불법 촬영물 특성상 재유포가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다”며 “직접 촬영하지 않았더라도 유포 행위만으로 구속수사 등 강력한 처벌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이용자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