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한남동 주한미얀마대사관 앞에서 ‘로힝자(로힝야)의 인권과 평화를 촉구하는 한국 종교인 183명’ 주최로 ‘로힝야의 인권과 평화를 촉구하는 종교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국내 종교인들이 미얀마 라카인 지방의 로힝야인 학살과 폭력행위를 중단하라고 미얀마 정부에 촉구했다.
조계종·가톨릭·개신교 등으로 구성된 ‘로힝자(로힝야)의 인권과 평화를 촉구하는 한국 종교인 183명’은 19일 오전 서울 한남동 주한미얀마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얀마 정부를 향해 로힝야에 대한 적대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민정희 신대승네트워크 운영위원은 “로힝야 사태는 미얀마 정부의 정치·경제적 계산 때문에 벌어진 것이지 종교 간 갈등은 본질이 아니다”라며 “종교 간 갈등으로 비치면 불교도와 무슬림이 공존하는 아시아 전체에 갈등이 번질 수 있어 안전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종교인들이 나섰다”고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이동화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아디) 평화팀장은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국경에서 로힝야에 대한 탄압이 이뤄지는 방식을 “마을 초토화”라고 짚었다. 이 팀장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불을 지르고, 보이는 생명 모두 앗아가고 있다”며 “미얀마 정부는 군사작전을 통한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수를 축소해 발표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알려지는 라카인 지역의 소식을 ‘가짜 뉴스’라고 폄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교계 대표로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일스님은 “미얀마 스님들이 이 문제에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인권이 유린되고 죽어가는데도 불교 신자가 관심 갖지 않는다면 불자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 대표인 가톨릭 프란치스코 작은형제회 김종화 신부는 인도 등 미얀마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강대국을 향해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사랑을 추구하고 함께 평화적 해결책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
국내 거주 로힝야인 모하마드 이삭(51)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친지와 연락해 실상을 들었다. 집에 숨어 있으면서 먹지도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언제 죽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며 “우리도 사람이다. 우리도 미얀마 사람과 똑같이 살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법일 스님과 김 신부는 주한미얀마대사관에 ‘로힝자(로힝야)의 인권과 평화를 촉구하는 한국 종교인 183인 공동 성명서’를 전달했다.
박수지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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