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당의 한 자수공방에서 수강생이 바느질을 하고 있다. 사진 애니손자수공방 제공.
경기도 양주시에 사는 직장인 이영주(51)씨는 긴 연휴를 활용해 아내와 아이 둘과 함께 3일 동안 스쿠버다이빙을 배워보기로 했다. 이씨는 “지난 봄 체험 다이빙을 처음 해봤는데 매력을 느꼈다. 연휴 기간 동안 강원도 고성 아야진항에서 다이빙 수업을 들으며 어드밴스드 오픈워터 자격증(중급 단계 다이빙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다. 가족들에게는 자격증이 없이도 할 수 있는 체험 다이빙을 경험하게 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휴 때 다이버 교육 과정을 연 유성환 사장은 “평소 시간 없어 도전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 긴 추석을 맞아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열흘 가까이 되는 긴 연휴 기간에 ‘짧은 배움’을 찾는 이들이 많다. 자수·꽃꽂이 하루 강습 교실부터 3~4일 이상 걸리는 스킨스쿠버, 영어 집중교육 등에도 사람이 몰리고 있다. 검색포털 네이버와 다음에 ‘추석 연휴 원데이 클래스’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26일 기준 2013년 연휴 때는 관련 게시글이 91건에 불과하지만 올해는 858건에 이른다.
전화·화상영어 업체 ‘민트영어’는 주말마다 진행하던 ‘스파르타 프로그램’을 연휴 동안 개설했다. 수강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전화·화상영어 강의 수강 횟수를 결제하는데, 미리 결제된 횟수를 이달 30일부터 10월9일까지 열흘 연휴동안 몰아서 쓰면 연휴 이후 추가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포인트를 무료로 지급한다. 업체 마케팅 담당 백찬욱 대리는 “수업 공지글을 올리니 댓글이 꽤 많이 달렸다. 결혼한 사람들은 양가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그 와중에 참여하겠다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직장인 이아무개(32)씨는 “이번 추석 연휴 동안 가족 여행을 갈 계획이었지만 긴 연휴 동안 놀기보단 공부를 하는게 낫겠다 싶어 여행을 미루고 스파르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며 “영어공부를 당장 급하게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외국계 회사다보니 영어로 이메일을 써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공부한 것은 결국 언젠가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6개월 동안 수강료로 50만원을 냈는데 연휴 이벤트에 참여해 포인트를 받으면 공부도 하고 재등록 수강료도 아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사는 백희선(38)씨는 이번 연휴 동안 7살 딸과 ‘도자기 페인팅 원데이 클래스’를 수강할 계획이다. 백씨는 “긴 연휴 동안 아이와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수강 계획을 세웠다”며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은 처음이라 설렌다”고 말했다. 백씨처럼 아이가 있는 수강생을 위해 추석 연휴 동안 가족이 함께 듣는 패밀리 클래스를 만들거나 어린이반을 개설하는 공방도 많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이윤정(40)씨도 연휴 때 두 딸과 함께 단골 자수공방을 찾을 계획이다. 이씨는 “차가 막힐 것 같아 나들이를 계획하기도 부담스럽다”며 ”대안으로 집 근처 공방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하며 가족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원데이 클래스에 가는 것이 오히려 휴식도 된다”며 “초등학생인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피곤한데, 클래스에 가면 선생님이 수업을 해주니 엄마 입장에서는 쉬는 시간이 생긴다. 평소 관심 있던 것을 시도해보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는 오은주씨는 “명절 등 시즌에 강좌를 열면 평소보다 수강생이 두배 정도 더 온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임보은(26)씨도 “연휴 기간 꽃꽂이 강좌 문의가 평소보다 2~3배 많다”며 “추석 당일에는 쉴 계획이지만 수강생들이 요청하면 당일에도 강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최민영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