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섭 법무·검찰개혁위원장(왼쪽 셋째)이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관련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검찰의 과거 인권침해나 수사권 남용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사과·재발방지 조처를 내놓을 ‘검찰 과거사 청산 로드맵’이 마련됐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 서울대 교수)는 29일 “잘못된 검찰 과거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통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검찰의 과거 인권침해 및 권한남용 의혹사건 진상조사위원회’(검찰과거사조사위원회) 설치를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검찰 개혁을 위해 지난달 발족한 개혁위가 ‘법무부 탈검찰화’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어 내놓은 세번째 권고안이다.
개혁위 권고안을 보면, 조사위원회는 최대 9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돼 1년간 활동하게 된다. 산하에 민관 합동조사단을 두고, 최대 6개월까지 추가 조사를 할 수 있다. 조사위는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독립기구로서 기능을 보장받도록 했다.
조사 대상은 잘못된 검찰권 행사로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난 사건(재심사건 포함),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의혹이 제기된 사건, 검찰이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거부한 사건 등이다. 구체적인 조사 대상은 조사위가 꾸려진 뒤 피해자와 시민·사회·변호사단체, 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독자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주로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인권을 탄압하거나 불법 수사, 과잉 기소했던 사건들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문무일 검찰총장은 인민혁명당 사건과 약촌오거리 사건 등을 대표적인 ‘과거 청산 대상’ 수사로 꼽은 바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광우병 보도 이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문화방송>(MBC) <피디(PD)수첩> 사건이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검찰 수사 등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위원회의 권고안을 적극 수용해 검찰총장과 협의를 통해 조사위를 신속히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개혁위는 이날 ‘재심사건에 대한 적정한 검찰권 행사’를 주문하는 ‘네번째 권고안’도 함께 내놨다. 과거사 사건 가운데 피고인의 명백한 무죄가 드러난 경우에는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 ‘기계적인 항고·상소 관행’을 지양하라는 것이다. 개혁위는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무죄가 명백한데도 ‘법과 원칙에 따라 판결해주기 바란다’는 식의 무책임한 ‘백지구형’ 관행을 유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개혁위는 ‘백지구형’ 관행 개선과 관련해 2012년 검찰 상급자의 ‘백지구형’ 지시에 맞서 ‘무죄구형’을 했다가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은 임은정 검사의 피해회복 조처를 하라는 권고도 냈다. 임 검사는 당시 서울행정법원에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으나, 현재 법무부가 상고해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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