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딸 친구 살해·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아무개씨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자택 앞에서 열린 현장 검증에서 시신을 담은 가방을 차에 싣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금니 아빠’ 이아무개(35·구속)씨의 아내 최아무개(32)씨 투신자살 직후 이씨가 ‘최씨의 유서’라며 경찰에 제출한 문서가 컴퓨터로 작성된 출력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16일 “지난달 6일 이씨가 아내 자살 직후 컴퓨터로 타이핑한 문서를 ‘아내의 유서’라며 제출했다”며 “누가 언제 작성한 것인지 확실치 않다.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문서 작성자가 이씨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이 문서는 내용상으로는 최씨가 쓴 것처럼 돼 있다. 최씨가 이씨의 의붓아버지에게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고, 어린 시절에도 성폭행을 당하는 등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문서에는 유언에 해당하는 내용이 없어서 ‘유서’로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건 직후인 지난달 6일 오전 3∼4시께 유족 자격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이 문서를 제출했다. 이씨는 지난 13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취재진에게 “제 아내는 저를 사랑하는 것을 증명하려고 자살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씨는 지난달 6일 0시50분께 서울 중랑구 망우동 집 5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경찰은 이씨가 아내의 자살에 원인을 제공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뛰어내린 창문의 크기, 최씨 몸에 난 상처 등을 종합해보면 ‘최씨가 스스로 뛰어내렸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며 “다만, 자살에 이르는 과정에 이씨가 방조 또는 강요를 한 게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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