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가 2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28일 저녁 '촛불1주년 기념 집회'를 광화문광장에서 연다고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촛불 1주년 집회 때 청와대로 행진할지 여부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주최 쪽은 행진 경로를 바꿀지 여부를 논의 중이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는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8일 토요일 저녁 6시 광화문광장에서 촛불 1주년 집회 ‘촛불은 계속된다’를 열고 청와대와 시내 방향으로 두 갈래 행진을 한 뒤 집회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퇴진행동 기록기념위 박병우 1주년 기획단장은 “청와대 행진은 위대했던 촛불 행진을 다시 한번 기념하는 취지”라며 “청와대뿐 아니라 특히 국회에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을 촉구하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계획이 알려지자 ‘왜 청와대로 행진을 하느냐’는 논란이 벌어졌다. 지난 촛불집회에 초등학생인 두 아들과 함께 참가했던 우상진(37)씨는 “내가 촛불은 든 건 적폐청산과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위해서였다. 지금 적폐청산을 막고 있는 건 입법부다. 청와대 행진은 촛불민심을 왜곡하는 것 같다. 실망이다. 집회 의도에 불신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퇴진행동 누리집에 올라온 촛불 1주년 대회 공지 글에는 “왜 청와대로 행진을 하는거죠? 국회로 가야 맞는거 아닙니까?”, “진짜 실망입니다. 진짜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 자괴감이 드네요” 등의 댓글 수십개가 달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퇴진행동에 전자메일을 보내 청와대 행진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촛불 1주년 집회 불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청래 전 의원도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민주노총 집행부께 건의합니다. 지금 시기에 청와대 앞 시위보다는 이명박 집 앞에서 시위하는 것이 민심이지 않을까요? 이러시면 시민들 참석이 어렵습니다”라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자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라고 밝힌 시민 ㄱ씨는 24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28일 오후 6시 여의도공원에서 별도의 촛불 1주년 집회를 열겠다며 집회 신고를 내기도 했다. 전날 ㄱ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홍보 포스터를 올려 “촛불민심은 이제 국회로 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촛불집회 업적 중 하나가 청와대 앞 100미터 행진이니 기념할만한 일’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촛불집회에 열성적으로 참가했다는 전희진(26)씨는 “문재인 정권에 촛불의 명령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정진해달라고 당부하는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촛불 1주년을 기념하면서 재현의 의미로 기획한 것인데 논란이 생겼다”며 “내부에서도 국회나 자유한국당에 적폐청산을 촉구하고 항의하려던 행진의 애초 목적에 걸맞는 행진 코스를 짜야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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