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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원서 이주여성 돕는 이주여성 ‘친절한 하영씨’

등록 2017-11-08 05:59

2014년부터 외국인 전용 상담창구 ‘지킴이’
베트남어 통역, 이혼·양육권 안내 등
2007년 한국인 남편 만나 처음 한국땅 밟아
폭력가정 이주여성 도운 경험 살려 ‘꼼꼼 상담’
지난달 27일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안내데스크에서 만난 베트남 출신 상담원 도하영씨.
지난달 27일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안내데스크에서 만난 베트남 출신 상담원 도하영씨.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민원실에 들어선 베트남 여성 ㄱ씨가 발을 동동 굴렀다. 10살 딸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지 못해 학비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통장을 만들려면 공동친권을 가진 전남편의 동의가 필요한데, 4년 전 이혼한 전남편은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안내데스크에서 설명을 들은 도하영(32)씨가 베트남어로 친권자 변경신청 등 절차를 상세히 안내해줬고, 30여분 뒤 ㄱ씨는 안도하는 표정으로 돌아갔다.

베트남 출신인 하영씨는 2014년부터 필리핀 출신 한소연(42)씨와 함께 법원 외국인 전용 상담창구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어로 된 법률용어를 보고 애를 먹는 외국인들의 통역과 서류 작성을 돕는다. 하영씨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이혼을 결심한 결혼이주여성이다. 한국어가 유창한 그는 이혼사건 가사조정에서 베트남어 통역을 맡고, 전문가의 손이 필요하면 외국인 소송 구조 제도를 소개하거나 이주여성 쉼터를 안내해준다. 지난 9월에만 62명(중국 24명, 필리핀 10명, 베트남 7명 등)이 외국인 창구를 찾았다.

하영씨는 2007년 한국인 남편을 따라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결혼 직후엔 육아에 바빠서 한국어나 한국 문화에 익숙해질 여유가 없었어요. 딸이 아플 때도 혼자선 병원에 못 데려가서 답답했죠.” 그는 3년간 동네 복지관의 한글교실을 다니며 ‘악착같이’ 한국어를 익혔다. 덕분에 지금은 누구보다 이주여성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주여성들이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30여분씩 꼼꼼히 상담하려 해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2년간 일하며 폭력가정의 이주여성을 도운 경험도 상담에 큰 보탬이 됐다.

그는 이주여성이 이혼한 뒤 자녀와 멀어질 때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대다수가 일정한 직업이나 연고가 없어 남편이 양육권을 가져간다는 게 하영씨의 설명이다. 그는 “자녀를 방치하거나 때리는 남편 대신 아이를 맡으려는 이주여성들에겐 ‘꼭 직업을 갖고 작은 월세방이라도 마련해두라’고 알려준다”고 전했다.

2014년 겨울엔, 결혼 두달 만에 법원을 찾은 베트남 여성과 한국인 남성에게 “서로 다른 문화에 적응하려면 최소 1년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남편에겐 “부인이 한국어를 배우고, 모국 출신과 어울릴 수 있도록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보내주라”고 제안했다. 이들은 얼마 전 “아이 2명을 낳고 오순도순 잘 산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고 한다. 글·사진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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