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옥인동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 앞에서 북한이탈주민 김련희씨와 '평양시민 김련희 송환촉구모임'이 경찰 수사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자신을 북한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해온 북한이탈주민 김련희(48)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자신은 ‘평양시민’이라며 “탈북 브로커에 속아서 남한에 오게 됐다”고 주장해왔다
김련희씨와 그를 돕는 시민단체 모임인 ‘평양시민 김련희 송환촉구모임’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옥인동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에 대한 경찰 수사를 비판했다. 경찰 조사 직전 이뤄진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씨의 조속한 북한 송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찰은 김씨를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김씨는 2015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김일성 주석을 “저의 친부모와 같은 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태양절 기념 동영상과 김일성 만세 노래 등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해 2월 주한 베트남 대사관을 찾아가 북송을 도와달라고 요구한 것도 보안법 위반(잠입·탈출 등)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씨는 경찰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자신을 북한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누구라도 자기 나라가 좋다고 말하는 게 죄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조사는 국가보안법을 통한 정치적 탄압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며 “나는 평양시민이다. 7년 동안 남편과 딸과 부모님을 강제로 뺏은 이 나라를 이해할 수 없다. 나를 하루속히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보내 달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기자회견 직후 경찰 조사를 받은 김씨는 모든 진술을 거부하고 20분 만에 보안수사대를 빠져나왔다. 조사를 마친 김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경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다. 자신이 나서 자란 고향을 사랑하는 것이 죄인가. 마지막까지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의 경찰 조사에 동행했던 민변의 장경욱 변호사는 이날 오후, 방한 중인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을 만나 경찰의 수사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장 변호사는 “오늘 이 상황이 국가보안법의 틀에 갇힌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킨타나 보고관에게 수사의 부당함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2015년 4월 중국 주재 북한 영사관에 전화를 건 혐의(국가보안법의 회합·통신) 등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김씨는 재판에서 “북한에 억류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전화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글·사진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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