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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신분증 도용당한 외국인 확인도 않고 구금한 경찰…법원 “국가가 배상하라”

등록 2017-12-16 05:01

외국인등록증 훔친 타인 혐의로 11일간 구금
경찰, 진범 얼굴과 신분증 사진 대조도 않아
검찰, 영사관 통지·접견권 고지 안해줘
법원 “불법행위… 국가가 배상해야”
2014년 11월10일, 나이지리아 국적 ㄱ이 머물고 있던 경기도의 한 외국인센터에 경찰관이 들이닥쳤다. 경찰은 ㄱ에게 ‘야간건조물 침입절도 혐의로 기소된 뒤 무단으로 재판에 빠져 체포한다’고 설명했다. 영문을 모르는 ㄱ은 황당할 따름이었다. 그는 구치소에 11일간 구금됐다.

검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진상은 이렇다. 그해 4월, ㄱ과 같은 숙소를 쓰던 나이지리아 국적 ㄴ이 밤늦게 한 공장에 침입해 옷을 훔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에서 그는 훔친 ㄱ의 외국인등록증을 내밀었다. 등록증에 나온 ㄱ의 사진과 ㄴ의 생김새는 판이했다. ㄴ은 경찰에서 ㄱ의 이름을 잘못 적고 한국 입국날짜도 틀리게 말했지만, 경찰은 의심하지 않고 사건을 송치한 뒤 ㄴ을 풀어줬다. 이후 재판이 열렸는데도 피고인이 나오지 않자 ㄱ이 지명수배된 것이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그해 12월 공소기각(검찰의 기소절차가 미비할 때 소송을 종결하는 것) 판결을 내렸다. 이후 ㄱ은 구금 일수만큼 형사보상금(180만원)을 받았고,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1단독 홍은기 판사는 “국가가 ㄱ에게 54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ㄴ을 체포한 경찰관들이 신원 확인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ㄱ을 체포한 경찰에 대해서도 “피의자신문조서에 날인된 무인이나 서명이 다른 점을 확인하지 않았다”며 위법행위를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검사와 경찰관이 ㄱ에게 영사접견권을 알리지 않은 것도 불법행위로 판단했다. 영사접견권 침해를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정한 첫 판결이다. 우리나라가 비준한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과 경찰청·법무부 훈령 등은 외국인을 체포·구금할 땐 영사관에 그 사실을 통보하고 영사관원과 접견할 권리를 고지하도록 하고 있다. ㄱ을 대리한 김지림 변호사는 “언어 문제 등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외국인은 대사관과 접촉을 통해 방어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ㄱ이 대사관의 도움을 받았다면 신속하게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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