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동국대에서 한 대학생이 평소 친분이 있던 강사의 이메일을 통해 기말고사 시험지를 유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3일 동국대 화공생물학과에 개설된 종합설계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6일에 이미 끝낸 시험을 다시 쳐야 했다. 기말고사 시험지가 사전에 유출된 정황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시험지 유출 사실은 한 학생의 제보로 드러났다. 이 학생은 시험 다음날인 7일 “아는 선배가 시험 전에 종합설계 시험지를 인쇄하는 모습을 공용 인쇄소에서 봤다”고 화공생물학과 학과장에게 제보했다. 학교 측은 제보자를 불러 해당 시험지가 맞는지 확인한 뒤 교수회의를 열어 재시험을 치기로 결정했다.
학생들에게 재시험 소식이 공지된 뒤 “왜 시험을 다시 보게 되었는지 투명하게 알려달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들끓었다. 동국대 학생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과 대자보 등을 통해 학교 측에 시험지 유출이 사실인지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논란이 불붙자, 9일 시험지를 유출한 학생 ㄱ씨는 학과장실에 전화를 해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사실을 자수했다. ㄱ씨는 “수업을 가르친 강사와 평소 친분이 있어 이메일 비번을 알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메일에 들어가 보니 기말고사 시험지 일부가 있어 이를 빼냈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과도 공유했는지에 대해서는 “나 혼자 봤다”며 부인했다.
시험지가 유출된 종합설계 수업은 ‘팀 티칭’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주임교수를 중심으로 강사 3명이 ‘특허’, ‘설계’, ‘통계’ 등 각자 주제를 맡아 수업을 하는 식이다. 시험지를 유출한 학생 ㄱ씨는 ‘설계’ 부분 강의를 맡은 박사과정 수료생 ㄴ씨의 이메일 함에 들어갔다가 ‘통계’ 분야 강의를 맡은 변리사 ㄷ씨가 보낸 기말 시험지를 입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ㄷ씨는 ㄴ씨를 통해 이 시험지를 주임교수에게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지를 유출한 학생 ㄱ씨는 ㄴ씨가 학부생이었을 때부터 같이 학교를 다니며 친분을 쌓아온 사이로 알려졌다. 이메일 비밀번호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서 ㄱ씨는 “옛날에 우연히 알게 된 비번을 혹시나 해서 입력했다”고 설명했다.
동국대는 현재 학생이 작성한 경위서를 교학팀에 넘긴 후 징계를 위한 행정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다. 동국대 관계자는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 규정에 맞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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